대한민국 경찰에게
대한민국 경찰에게
  • 김기원<편집위원·청주대겸임교수>
  • 승인 2015.12.14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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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울던 아이도 ‘순사 온다’고 하면 울음을 그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순사하면 사람 잡아가는 무서운 인간, 상대하기 싫은 권력의 끄나풀이란 인식 때문입니다.

일제의 앞잡이가 된 순사들이 독립군 가족들을 못살게 굴고, 장정들을 잡아다가 전쟁터로 징용 보내고, 꽃다운 처녀를 붙잡아 정신대로 보냈으니 그랬던 거죠.

순사가 나타나면 지은 죄가 없는데도 힘없는 민초들은 괜스레 오금이 저렸습니다. 광복이 되자 순사는 경찰이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았습니다.

국민의 안녕과 법질서를 수호하는 민중의 지팡이가 되고자 했으나, 안타깝게도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정권의 지팡이로 기능했었습니다.

독립투사들을 체포하고 고문하던 경관들을 내치지 않고 썼으니, 일제 때 그랬던 것처럼 정권의 충복노릇을 한 것이죠.

3·15부정선거와 4·19민주혁명 저지는 물론 3선 개헌과 군부독재와 부마사태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같은 굴절된 역사 속에는 늘 경찰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지우고 싶은 경찰의 아픈 잔혹사입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살신성인한 경찰과 고뇌하는 민중의 지팡이도 많았습니다.

그런 후예들의 피·땀과 민주화를 갈망하는 시대정신에 의해 오늘날 민주경찰이 되었습니다. 읍·면·동까지 지구대와 파출소를 두고 있는 주민밀착형·주민친화형 공권력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런 경찰이 있어 국민들은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하고, 편히 잠잘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공권력을 업신여기는 경찰수난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권위주의시대 때 쌓은 업보이긴 하지만 경찰을 우습게 아는 풍조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파출소는 취객이 난동부리는 화풀이 공간이 되었고, 집회와 시위장은 경찰이 뭇매를 맞는 험지가 되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범법자가 종교시설에 숨으면 수천 명의 경찰을 대기시켜놓고도 종교계와 언론의 눈치를 보느라 법집행을 주저하는 경찰입니다. 경찰 숫자가 워낙 많다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영화 속 경찰처럼 일부 몰지각한 경찰들이 범법자와 관계인에게 검은돈을 받고 편의를 봐주는가 하면, 성추행·음주운전·늑장출동 등의 일탈행위로 경찰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키고 있습니다. 외우내환이 이처럼 깊지만, 그렇다고 주눅 들지 말기 바랍니다.

어느 나라를 가 봐도 우리나라처럼 치안상태가 좋은 곳은 없습니다. 이따금씩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나긴하지만,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안전도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다 경찰 여러분 덕분입니다.

그러나 사회가 나날이 다원화·다문화 되고 있고, 양극화와 고령화도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경찰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강·절도와 조직폭력과 마약사범 등은 더욱 흉포화 되고 있고, 청소년 범죄와 노인 범죄와 사이코패스 범죄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교통량만큼 교통사범도 폭주하고 있고, 경제사범과 민생침해사범도 날로 지능화·전문화 되고 있으며, 외국인 범죄와 사이버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익집단들의 밥그릇 싸움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집회와 시위도 갈수록 늘어나고 격화되고 있습니다.

지구촌을 피멍들게 하고 있는 자폭테러도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이 모두가 경찰이 담당해야 할 몫입니다. 불법 예방과 단속, 사건 수사와 범법자 검거, 사회 안전망 확충 등 경찰의 할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하여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경찰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이젠 울던 아이도 ‘경찰 온다’고 하면 방긋 웃는 평화와 안전의 대명사가 되기를 희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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