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축제
무의미의 축제
  •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5.12.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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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 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우리는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찾는다. 굴러다니는 메모지 한 장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이렇게 쌓인 온갖 의미들 사이사이를 줄로 연결하고 가지치기를 해서 나라는 존재를 인식한다. 그리고 나의 모습을 완성해나간다. 하지만 갖가지 의미들이 나를 온전히 표현해줄 수 없다.

그럼에도 의미부여 놀이는 계속된다. 의미들을 모아서 완전한 나를 만들려고 그러는 듯하다.

하지만 의미가 있을까? 나라는 존재가 의미들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일까? 꼭 표현돼야 존재감을 인식시켜주는 것일까?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방미경 옮김·민음사)는 온갖 의미 없는 사건들이 즐비하다. 지나가는 여자들을 보고 배꼽의 에로티시즘에 대하여 생각하는 사람, 병원에서 암이라는 진단을 받지 않았지만 암이라며 친구에게 거짓말하고 파티를 여는 사람, 프랑스인이지만 짐짓 파키스탄 사람이라고 속이며 엉터리 파키스탄어를 지어내며 파티를 돕는 사람. 이 소설 속에는 주인공들의 무의미한 나날들과 일상들이 나열되어 있다.

내 일상도 다를 바가 없는데 괜히 의미 찾기에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저 사람들 전부 좀 봐라! 한번 봐! 네 눈에 보이는 사람 중 적어도 절반이 못생겼지. 못생겼다는 것, 그것도 역시 인간의 권리에 속하냐? 그리고 한평생 짐처럼 추함을 짊어지고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너는 아니? 한순간도 쉬지 않고? 네 성(性)도 마찬가지로 네가 선택한 게 아니야. 네 눈 색깔도. 네가 태어난 시대도. 네 나라도. 네 어머니도. 중요한 건 뭐든 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권리들이란 그저 아무 쓸데없는 것들에만 관련되어 있어 그걸 얻겠다고 발버둥치거나 거창한 인권선언문 같은 걸 쓸 이유가 전혀 없는 것들!” 주인공 어머니의 말이다.

세상 속에서 거창한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는 우리에게 그것 말고 자신 본연의 본질을 찾으라는 말 같다.

우리의 본질은 뭘까? 의미 없는 가득한 내용 틈으로 하찮은 내 존재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한다.

사람들 속에서 성공하고 싶고, 남에게 번듯이 사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고 이것이 삶에서의 최고의 의미라고 생각했다.

그 속에 과연 내 본질은 있는 것일까? 나는 계속 행복한 걸까?

나의 본질은 모른 채 의미 연결하기에 급급한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지 의미 없어 보이는 삶을 보여주는 책 속 주인공들 이야기 속에서 깊은 고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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