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두셀라 증후군
므두셀라 증후군
  • 양철기 <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5.12.0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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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남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군대 이야기이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에 침을 튀기며 군대이야기에 빠진다. 노인들은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의 고생이야기와 당시 먹었던 음식 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며 추억을 되새기곤 한다.

이렇게 과거를 좋고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하고 추억하려는 경향성을 므두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라 한다. 과거를 아름다운 것으로 추억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아름다운 추억과 기쁘고 좋은 시절만 기억하려고 하며 이를 위해 좋지 않은 기억은 완전히 지우거나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방향으로 왜곡해버린다. 또한, 항상 자신이 가장 행복했다고 여기는 때와 즐거웠다고 생각되는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이런 증상은 대체로 60대 이상 노년층에게 잘 생긴다. 특히 현실이 힘들고 어려운 사람일수록 사람들은 과거로의 회귀본능을 보이는데, 자신의 상태에 불만족한 경우 과거의 좋았던 기억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므두셀라 증후군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므두셀라’라는 인물에서 유래했는데, 그는 인류역사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 산 사람이다. 므두셀라는 187세에 라멕을 낳고 라멕은 180세에 ‘노아의 방주’를 만든 노아를 낳았다. 노아의 할아버지인 므두셀라는 라멕을 낳은 후 780년을 더 살고 969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은 해에 홍수로 말미암아 세계가 물에 잠기게 되는데 그는 노아의 방주에 들어가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수명이 수백 년 이상인 것이 황당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노아의 홍수 이전에는 보통 인간의 수명이 수백 년 이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노아의 홍수 이후 현재와 같은 인간 수명으로 되었다. 한편, 세상에서 가장 수명이 긴 나무의 이름 또한 므두셀라로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소나무과의 일종으로 수명이 4,900살 이다. 고달픈 현실을 잊고자 과거를 아름답고 찬란했던 것으로만 기억하려고 하는 경향에 대해‘므두셀라’라는 인물의 이름을 사용하는데 대하여서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추론해 보자면 므두셀라는 천 년 가까이 살면서 수많은 경험을 했을 것이며 그 속에는 좋은 것들도 나쁜 것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969년의 삶을 살면서 그는 분명 좋은 것만을 기억하면서 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했기에 스트레스를 적게 받아 그리 오래 살 수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나이가 많이 들수록 과거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신드롬이기에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 므두셀라이기에 그 명칭을 사용하였는지도 모른다.

현재의 행복을 위해 과거의 좋은 것만 기억하는 것은 개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 특히 개인적인 인간관계나 가족관계 등에서는 므두셀라 증후군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집단 므두셀라 증후군이다. 작금의 위정자들은 압축 성장을 하던 유신시대와 군사정권시절 심지어 일본제국주의 치하에 대한 향수가 짙게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들에게는 그 시절에 대해 좋은 기억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자 비민주적인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전형적인 집단적 므두셀라 증후군의 징후이다. 소수 그들에게는 유신과 군사정권 시대가 돌아가고 싶은 과거로 아름답게 추억될지 모르나 고난받고 희생당한 수많은 일반 민중들은 되돌아가고 싶어 할 정도로 그리워할 만 한 과거가 아닐 것이다. 과거에 대한 막연한 향수가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외면하게 할 수 있다. 이걸 확인해 보고 싶으면 침 튀기며 군대이이야기에 빠져 있는 남자친구에게 물어봐라. 너 다시 군대 갈래?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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