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질러나 보자 정신
한 번 질러나 보자 정신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12.0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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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여섯 번째 이야기는 제26조사 불여밀다 존자(不如蜜多 尊者)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제26조사 불여밀다 존자께서 이미 득도를 받고 법을 얻어 동인도에 이르시어 왕에게 말씀하시기를 “이 나라에 마땅히 성인이 있어서 나를 계승하리라.”

그때 바라문의 아들 나이가 20살이 되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이름과 성을 몰랐다. 가끔 스스로 영락동자라고 말을 하였다. 그리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로 날을 보내니 상불경(常不輕) 보살의 무리와 같았다.

어떤 사람이 “네 성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이에 답하기를 “너와 성(姓)이 같다”고 하니 사람들이 그 까닭을 알지 못하였다.

영락은 아주 중요한 장식품이라는 것이란다.
영락동자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의지할 데도 없었기 때문에 이 마을 저 마을로 걸식하러 다녔단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과거전생에 상불경 보살로 계셨단다. 보살인데도 겉으로는 거지 같이 못난 것처럼 행세를 하면서 비구, 비구니, 사미, 사미니, 청신사, 청신녀 등 사부대중을 만날 때마다 “당신은 성불할 것이다”는 말을 늘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사부대중들이 별로 시답지도 않은 존재가 “네가 성불한다”는 말을 하니 듣기 싫어서 발로 차기도 하고 따귀를 때리기도 하고 욕을 하고 화를 냈단다. 그래도 상불경 보살은 절을 하면서 “나는 그대들을 가볍게 보지 않고 존경한다. 여러분들은 성불하실 것이다”하고 다녔단다.

영락동자가 마치 상불경 보살과 같은 존재로 마을에 다니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상불경이란 항상 상대를 존중하고 무시하지 않는다는 뜻 아니겠는가.

승조 법사의 <조론>에는 “天地도 與我同根이요 萬物도 與我同體라. 천지도 나와 더불어 뿌리가 같고 만물도 나와 더불어 몸이 같다”는 말이 있단다. 이런 의미에서 영락동자도 “너와 성이 같다”고 한 것 아니겠는가.

청주 용화사 불기2552년 중창 불사 연기문에도 월탄 스님께서 즐겨 불렀다는 동체대비 관련 글이 새겨져있다.

우리는 8천만 동포라고 한다. 동포란 말도 동성(同姓)이란 말과 같은 말. 바로 형제자매를 동포라고 하지 않는가. 동포라는 말을 가만히 음미해 보면 모든 중생을 자기와 똑같이 보는 동체대비의 가치관하고 같은 것. 모두 다 나와 똑같으니까 깍듯이 존경하고 아끼고 사랑하고 모두 다 평화를 누리자고 질러나 보자.

최근 달동네·지방대 출신 토익 600점 K씨가 실리콘밸리에 입성한 것을 ‘흙수저가 뚫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그는 ‘흙수저’ 같은 말이 유행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환경이 좋아 영어 점수 같은 스펙만 쌓고 도전은 하지 않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네가 성불한다’처럼 그냥 한 번 질러보자 정신으로 꿈을 찾아감도 나쁘지 않겠다. 청년들이여! 삼가 ‘일단 질러보라’고 고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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