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흙 건강하게 관리하자
살아있는 흙 건강하게 관리하자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5.12.03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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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 김현구

인간의 삶은 희로애락(喜怒哀)을 떠안고 가야할 기나긴 여정이다. 그래도 희로애락이란 말은 조금은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차갑고 두려운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단어,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사람에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과정이다.

‘흙’에게 희로애락은 없다. 하지만 분명히 생로병사는 존재한다. 흙의 생로병사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생명의 근원’으로서 수많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흙의 생로병사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농업인들에게 중요하다. 흙은 농민에겐 생계와 직결되는 삶의 터전이자 희로애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충주시 농업기술센터 종합분석실에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다.

수박농사를 짓고 계신분이 사무실을 방문해 상담을 요청했다. 언제부턴가 수박의 어린잎과 줄기에 생기가 없고 시들며 심하면 죽기까지 한다고 한숨을 쉬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 후 수박묘의 생육이 불량한 원인을 찾기 위해 현장의 잎과 흙을 채취하여 실험실에서 분석을 해 보았더니 잎의 질소성분이 지나치게 높았고 흙에서는 보통 2.0이하로 관리해야 하는 전기전도도가 4배 이상 나왔다.

이 경우는 필요이상의 지속적인 양분공급이 ‘비만의 토양’을 만든 것이 문제였다. 결국 피해가 심한 곳은 토양관리를 위해 한동안 수박 농사를 포기해야 했고, 그나마 양호한 곳은 재배가 끝난 후 토양 분석 결과를 토대로 관리하도록 했다. 큰 손실의 원인이 어쩔 수 없는 재해가 아닌 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생긴 일이라 더욱 안타까웠다.

흙은 물, 바람, 온도가 어우러진 풍화작용으로 바위가 부서져 가루가 된 것에 동식물에서 유래한 유기물이 합쳐져 탄생된다. 두께 1㎝의 흙이 생성되는데 대략 2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흙은 자연 상태에서 성숙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이테와 같은 토층을 형성하고, 그 속에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존재하게 된다. 토양을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미생물들이다.

토양 속 미생물들 중 가장 많은 것은 박테리아 인데 흙 1㎢당 1700만마리가 있고 좋은 흙에서는 10억마리까지 산다. 토양 속 미생물 중 곰팡이도 진득진득한 진을 내서 흙 알갱이를 모아 떼알이 되면 공기도 잘 통하고 물과 양분을 많이 지닐 수 있는 유익하고 건강한 토양이 된다.

건강한 토양관리를 위해선 인근의 농업기술센터 종합분석실을 이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곳에서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고 진단해 처방을 해주고 있다. 또한 농업에 유용한 미생물을 배양해 무료로 공급함으로써 농가에 큰 도움이 주고 있다.

최근 귀농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농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농사를 처음 짓는 분들이나 관행적으로 농사를 짓는 분들이 자칫 잘못된 토양관리로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없었으면 좋겠다.

흙을 잘 이해하고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 이것이 농사의 시작이며 기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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