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재 <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5.12.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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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임성재

‘히든싱어’라는 방송프로그램이 있다. 한 명의 유명한 가수와 그 가수의 모창을 잘하는 일반인이 출연해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게 가려진 상태에서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고 100명의 판정단의 투표로 진짜 가수를 찾아내는 형식이다. 그런데 모창을 하는 일반인들이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 진짜 가수를 찾아내기 위해 판정단은 진땀을 흘린다. 어떤 때는 진짜 가수가 탈락하기도 한다.

새로운 장르의 다양한 음악프로그램들이 만들어 지고 있지만 ‘히든싱어’가 다른 음악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것은 그 형식도 중요하지만 모창을 하는 출연자들의 사연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감동에 있다. 진짜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하는 그들은 대부분 20, 30대의 젊은이들이다. 하는 일도 대학재수생, 취업준비생, 중장비기사, 학원 강사, 어린이집 선생님, 중소기업 사원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그런데 그들은 노래하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접은 사람들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탈락이 결정돼도 슬퍼하지 않는다.

자신의 우상과 한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한 것만으로도 꿈을 이뤘다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히든싱어’가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주었다며 고마워한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과 부러움이 교차한다. 꿈을 향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가수에 버금가는 재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간절한 꿈을 이루지 못한 그들의 좌절이 안타깝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단 한 번의 우연한 기회일지라도 준비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꿈을 이뤘다고 행복해 하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 사실 자신의 꿈을 이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꿈’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라고 하니 그만큼 이루기 힘든 것이 꿈인가 보다.

나의 어린 시절의 꿈은 군인 대장이었다. 학창시절에는 일류대학을 가는 것이었고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좋은 직장을 갖는 것이었다. 취직을 한 후에는 내 집을 마련한다, 돈을 모은다하는 세속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한 목표가 마치 내 인생의 꿈인 양 살아 온 것 같다. 물론 거의 대부분을 이루지 못했다. 그저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목표를 정하고 헛된 욕망을 꿈꾸었을 뿐이었다.

꿈이란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작고 하찮은 것일지라도 이루기 위해 노력해 가며 행복을 느끼는 것임을 세상의 욕망을 모두 내려놓아야 비로소 진정한 꿈을 꿀 수 있음을 깨닫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10여 년 전, 나는 꿈을 꿨었다. 나이 육십이 되면 알함브라 궁전에 가서 ‘알함브라 궁전의 회상’을 기타로 연주하겠다는 꿈이었다. 그러나 이루지 못했다.

오랫동안 기타를 만지기는 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없었다.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꿈을 포기하진 않았다.

이번에는 또 다른 꿈을 꾼다. 안데스산맥 정상에 올라 ‘철새는 날아가고’를 하모니카로 멋지게 연주하는 꿈이다. 그래서 늦은 밤에도 방문을 꼭 닫고 가슴 설레며 하모니카를 분다.

그러고 보니 꿈과 복권은 닮은 듯 다르다. 복권을 주머니에 넣고 있으면 괜히 든든해지고 기대되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처럼 꿈을 꾸는 동안은 복권을 주머니에 넣은 것처럼 흐뭇하고 행복하다.

그러나 꿈이 복권과 다른 것은 복권처럼 요행을 바라며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 움직이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꿈은 삶의 활력이고 비타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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