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청남대를 주목하며
달라진 청남대를 주목하며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11.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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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애물단지였던 청남대가 요즘 충북관광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청남대가 대학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많다는 시중의 유머 때문이 아니다. 청남대가 매력 있는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가 담긴 청남대는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던 전두환 대통령이 이곳 풍광에 반하자 당시 장세동 경호실장의 주도로 1983년 6월 군사작전 하듯 착공, 그해 12월 완공한 대통령 전용별장이다. 경호실 경비대가 4중의 철책을 두고 물샐틈없이 경비했던 치외법권지역으로 개방 전까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매년 4~5회, 많게는 7~8회씩 총 89회 472일 간 머물렀던 곳이다.

삶터를 빼앗긴 실향민과 생활제약을 받던 문의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위무코자 2003년 4월 18일 취임 2개월도 안된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이원종 충북지사에게 관리권을 이양했고 충북도는 청남대관리사업소를 설치하여 그해 8월부터 개방했다.

대통령이 거처했던 본관 위주의 초기 관광은 대통령별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대통령과 가족들은 어떤 가재도구를 썼고, 어떻게 생활했는지 궁금해하던 국민들로 인해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이내 시들해지고 말았다. 접근성도 불편했을 뿐만 아니라 다녀간 사람들로부터 ‘별게 아니네, 볼게 없어’ 란 입소문 탓이었다.

그런 청남대가 변하기 시작했다. 충북도가 스토리가 있는 청남대, 웰빙과 볼거리가 있는 청남대로 관광패턴을 바꾸어 나갔기 때문이다. 청남대의 아름다운 지형을 활용해 역대 대통령길을 조성해 초입에 해당 대통령 동상을 세우고, 대통령기념관을 새로 만들어 볼거리도 보강하고, 수시로 이벤트를 열어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여갔다.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했던 호남 관광객들은 김대중 대통령 동상 앞에서 사진도 찍고 김대중대통령길을 걸으며 DJ를 추억했고, 김영삼 대통령을 좋아했던 영남 관광객들은 김영삼 대통령 동상 앞에서 사진도 찍고 김영삼대통령길을 걸으며 YS 정신을 기렸다. 그러니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한 승차입장 허용 등 접근성을 높인 것도 한몫했다. 개방한지 12년 만에 9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국민관광지로 거듭났고, 청남대관리사업소(소장 손윤목) 직원들의 의욕도 대단해 1000만 관광객 돌파도 멀지 않았다.

필자는 청남대와 묘한 인연이 있다. 5공 청문회 시절 서슬 퍼런 특위 위원(위원장 이기택)들이 민태구 충북지사를 앞에 세워놓고 청남대 1관문에서 수문장에게 문을 열라고 호통을 쳤다.

아무리 호통을 쳐도 수문장이 꿈쩍하지 않자 ‘민 장군, 아니 민 지사 여기가 충북 땅이요 아니요’ ‘네 충북 땅입니다’ ‘그러면 충북지사의 권능으로 당신이 문을 여시오’ 했다.

민 지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맬 때 당시 충북도 여론동향 담당자로 현장에 나가 있던 필자가 신문기자로 위장해 민 지사와 인터뷰하겠다며 불러내 빠져나오게 했던 비사가 있다. 그때 그런 기지와 용기가 어떻게 났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또한 충북도 문화예술과장 재임 시 인기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유치해 청남대 흥행에 기여했고, 2년 전 청남대 개방 10주년 기념식에 초대받아 축시를 지어 낭송도 했으니 예사 인연이 아니다.

‘청남대로 가자/ 꽃대궐 화사한/ 청남대에 가면/ 누구나 왕이 되고/ 대통령이 된다/ 그대여/ 우리 철따라 폼 잡고/ 청남대로 가자’

그렇다. 청남대는 사시사철 좋은 곳이다. 그러나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태생적 한계도 안고 있으니 이 두 조합을 지혜롭게 활용해 청남대를 업그레이드시켜 나가야 한다. 영화나 가곡과 대중가요 등의 문화를 입히면 로렐라이언덕 이상의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인즉 충북도의 향후 행보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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