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송곳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5.11.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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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 강대헌

살다 보면 송곳을 찾을 때가 있습니다.

송곳의 기본적인 기능은 필요한 곳에 구멍을 내어 막혔던 곳에 숨통을 열어놓는 것이지요. 물론 생긴 구멍에 끈을 달아 다른 것과 연결될 만한 가능성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송곳 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최규석이란 작가입니다.

최규석의 작품 〈송곳〉은 사회성이 강한 르포르타주(reportage) 만화로서 안타깝게도 희망이 없다는 것을 계속 확인하게 되는 사람들의 정서가 반영됐다고 하는군요.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규석은 여러 가지 송곳 같은 말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각종 사회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 또 토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민주주의가 잘 굴러간다. 결국 사람들에게 생각할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생각할 시간이 어디서 나오나? 누가 갖고 있나?” “책 한 자라도 보며,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으려면 일단 시간이 있어야 한다. 생각할 시간, 즉 사람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준 다음 열심히 주장하세요 라고 하면 알아서 할 것이다. 시간이나 시장이 없는데, 열심히 떠든다고 사람들이 들어주겠는가. 마음의 여유가 없는데….” “생각할 시간을 만들려면, 노동의 힘이 강해져야 한다.”

우리 주변에서 있을 만한 크지 않은 사건을 중요한 일로 느껴지게 그리고 싶었다는 웹툰 작가 최규석을 통해 누구든지 필요한 만큼 사회적 책무를 감당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최규석의 〈송곳〉은 한 종합편성채널의 12부작 주말 드라마로서도 방영되고 있을 만큼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더군요.

무엇보다도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구고신(안내상 분)의 말이 허전했던 뱃속을 채워 주는 성찬(盛饌)처럼 여겨집니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사람들은 옳은 사람 말 안 들어. 좋은 사람 말을 듣지.”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거란 말이오.”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거요! 살아있는 인간은 빼앗기면 화를 내고 맞으면 맞서서 싸웁니다.” “우리는 달리기를 하는 게 아니라 삶을 사는 거고 우리는 패배한 게 아니라 단지 평범한 거라고! 우리의 국가는, 우리의 정치공동체는 평범함을 벌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못났다 못났다 할수록 더 못나고 싶은 게 사람이야. 잘날 기회를 주고, 믿어. 그럼 나아져.”

우리 주변에는 미래도, 여유도 없는 형벌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나만의 송곳이 있는가, 스스로 묻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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