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타령
아내 타령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11.25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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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누구나 장성하여 결혼하면 신랑과 신부라는 인생 계급장을 답니다. 신랑은 신부의 남편이 되고, 신부는 신랑의 아내가 되는 신성불가침의 작위도 부여받습니다. 그렇게 부부의 연을 맺어 아버지 어머니로, 할아버지 할머니로 익어가지요.

인생의 반려자이며 동반자인 아내. 그 아내를 호칭하고 지칭하는 말들을 보세요.

남편은 아내를 부를 때 ‘여보’ ‘임자’ ‘누구 엄마’라고 부릅니다. 결혼 초에는 이름과 애칭을 부르기도 하고 ‘자기’라고 하다가 노인이 되면 ‘할멈’ ‘할망구’라 부르기도 하지요.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를 지칭할 때 ‘아내’ ‘내자’ ‘처’ ‘집사람’ ‘와이프’ ‘마누라’ ‘여편네’ ‘안식구’ ‘반려자’라 말하고, 부모님에게는 ‘어미’ ‘어멈’이라고 낮추어 부르기도 합니다.

타인이 부를 때는 ‘부인’ ‘사모님’ ‘여사님’ ‘안방마님’ 하고, 나이와 친소에 따라서 ‘형수님’ ‘제수씨’ ‘마나님’이라 불리지요.

서양에는 이름과 애칭과 와이프 정도인데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많은 호칭과 지칭들이 통용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아내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일까요?

한 남자에게 때론 연인 같고 친구 같고 누이 같으며 기대고 싶은 어머니 같은 존재가 바로 아내입니다.

법과 조물주가 허락한 공개된 섹스파트너이고 출산과 육아와 생업을 함께 하는 동업자이며 늙으면 서로의 등을 긁어 줄 사람이 바로 아내이고 남편입니다. 그게 부부입니다.

부부생활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습니다.

늘 화창한 날만 있는 게 아니라 먹구름 낀 날, 눈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도 있습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말도 있습니다만 때론 심한 언쟁도 하고 며칠 동안 말도 하지 않고 심지어 육탄전까지 벌이며 아등바등 살지요.

그렇게 고운 정 미운 정 켜켜이 쌓아가며 기쁨과 슬픔, 고난과 보람, 행과 불을 함께 나누고 공유해서 얼굴조차 닮아가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아내이고 남편입니다. 세상에서 남편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아내입니다. 그러니 남자들에게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이자 가장 무서운 존재입니다.

남편의 장점과 단점은 물론 허물과 속내까지 꿰차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요. 그래서 도처에 공처가와 경처가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아내의 잔소리와 아내의 브레이크는 필요악입니다. 공동체가 유지되고 굴러가는 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20년 전만해도 대부분의 아내는 전업주부였습니다. 남편의 조력자로서 집안의 지킴이로 기능했지요. 지금은 맞벌이 시대라 아내는 돈도 벌고 가사도 하는 원더우먼입니다. 한때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조은파 작사, 임종수 작곡, 하수영 노래)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유행한 적이 있지요.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거치러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시린 손끝에 뜨거운 정성 고이접어 다져온 이 행복/ 여민 옷깃에 스미는 바람 땀방울로 씻어온 나날들/ … / 미운투정 고운투정 말없이 웃어넘기고/ 거울처럼 마주보며 살아온 꿈같은 세월/ 가는 세월에 고운 얼굴은 잔주름이 하나 둘 늘어도/ 내가 아니면 누가 살피랴 나 하나만 믿어온 당신을/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 하리라.’

하지만 요즘 젊은 부부들에겐 울림이 적은 노래입니다. 젖은 손이 애처로운 남편들도 많고, 아내들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어서입니다. 아무튼 아내가 있어야 남편도 있습니다.

아내가 있어야 자식도 있고, 미래도 있습니다. 아내가 웃어야 가족도 웃고, 세상에 웃음꽃도 핍니다. 끝이 없는 아내 타령입니다.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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