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대하여
추억에 대하여
  • 유현주<오송도서관 사서팀장>
  • 승인 2015.11.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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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유현주<오송도서관 사서팀장>

요즘 복고가 열풍이다. 종편 방송에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복고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패션에서는 그동안 다리가 짧아 보인다 하여 질색을 하던 배까지 올려 입는 통바지와 청재킷, 터틀넥, 목폴라가 유행하고, 따로 필름을 장착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사진을 맘껏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 대신 수동카메라가 인터넷 옥션에서 무려 84%에 달하는 판매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니, 1975년에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 놓고도 필름산업이 영원할 것이라고 오판하는 바람에 카메라 시장에서 퇴출당했던 코닥의 CEO들이 지금의 이 현상을 보면 얼마나 억울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다가 우리 젊은 엄마들이라면 아이들이 입에 댈까 겁낼 불량 식품의 대명사 ‘쫄쫄이’ ‘아폴로’도 4050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젊은 세대들의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또 극 중에서 6수생으로 나오는 배우가 대입학력고사 준비보다는 방안에 쭈그리고 앉아 복권이나 우표 따위를 수집하는 것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 덩달아 과거 속 다양한 수집품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한다.

유독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이 울컥할 때가 있는데 그건 드라마 내용과 기막히게 어우러지는 추억의 가요가 흘러나올 때다. 들국화 전인권의 걸쭉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노랫가락이나 산울림의 잔잔하면서도 가슴에 와서 콕콕 박히는 주옥같은 가사들 그리고 80년대를 풍미했던 소방차나 김완선, 박남정의 노래가 음원 시장에서 다시금 뜨고 있단다.

또한, 그때 큰 인기를 끌었던 ‘백 투더 퓨처(Back To The Future)’라는 영화는 과거에서 현재로 다시 미래로 왔다 갔다 하는 시간여행을 하며 우리의 상상력을 마구 마구 자극하였는데, 그저 상상력에 불과했던 영화 속 이야기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고, 영화 속 미래의 배경이 우리가 사는 2015년도라고 하여 요즈음 재개봉되어 예전 소년소녀였던 관객들은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아 이미 대사까지 외워버린 이 오래전 영화를 보며 남다른 감회에 젖는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복고가 유행하며 추억을 팔고 사는 이면에는 살기 팍팍한 우리들 마음에 옛것에 대한 그리움이 넘쳐나기 때문이 아닐까.

흔히 우리는 몸이 아플 때, 문제가 생겼을 때, 삶에 지쳤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어머니다. 그런 우리의 어머니가 계신 곳, 그곳이 바로 우리네 추억 속이 아닐까 한다. 모든 것을 다 품어주고, 살살 어루만져줄 것 같은 어머니가 계신 곳, 소중한 가족과 옛 친구와 함께한 웃음과 눈물이 잔잔한 추억으로 필터링 되어 있는 그 기억속 말이다.

“사람이 죽으면 천국으로 가기 전에 들르는 곳이 있대요. 거기서 자기가 살았던 동안의 기억 한 가지를 선택하는 거예요. 그 얘기 듣고부터 생각날 때마다 고민했어요. 가져갈 기억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지금 이 시간들, 고마워요.”

어느 영화에선가 여주인공이 읊었던 대사인데, 인상 깊어 두고두고 기억하는 구절이다.

이렇듯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심하게 순간순간 흐르는 시간이지만, 그리고 조용히 스쳐간 소박한 시간이었지만 지나놓고 보면 충분히 즐거웠고, 행복했다는 것을 문득 느끼는 때가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가장 마지막 순간에 챙겨가고 싶은 ‘추억’이라는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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