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 빨리 쓸 수 있다(4)
한글도 빨리 쓸 수 있다(4)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5.11.1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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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 앞에서
▲ 반영호

인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시각적인 기호 체계는 한자 따위의 표의 문자와 로마자, 한글 따위의 표음 문자로 대별된다. 음성 언어는 존재하는데, 문자 언어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우리도 그렇다. 문자 언어인 한글의 창제는 세종대왕에 의해 이루어졌지만(15C), 음성 언어인 우리말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기원까지 거슬러가야 할 정도로 장구하다.

우리가 언어라고 말을 할 때 그것은 좁은 의미의 언어와 넓은 의미의 언어를 모두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때 좁은 의미의 언어는 음성 언어 즉 ‘말’을 가리키고, 넓은 의미의 언어는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를 포함한 개념이다. 더 넓게 이야기하자면 동작이나 표정, 기호 등도 언어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넓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알파벳이나 중국의 한자가 대표적인 문자 언어인데 두문자 언어의 기원을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도 최초 인류의 탄생과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난다. 최초의 인류 탄생을 대략 3,000만년전으로 그리고 현생 인류의 탄생을 약 3~4만 년 전으로 보는 데 비해 문자는 대략 5,0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 문자 발명 이전에는 말이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아마도 인류의 시작과 비슷한 시기에 말을 사용했을 것이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사람은 소리를 내는 조음 기관이 발달해 있어 말을 하기에 적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특히 성대는 인간에게만 있는 특징이다.

우리말의 표기문자인 한글의 창제는 15세기로 내려오지만 한글은 세계의 문자 역사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제작자와 시기, 원리 등이 밝혀진 언어다. 특히 한글의 제자 원리는 조음 기관의 형상을 본떠서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미국의 레드야드나 영국의 제프리 샘슨 등의 학자들에게 찬사를 받은 문자다. 우리의 독자적인 문자 발생이 늦은 것은 수많은 우리의 문화적 자산들이 기록되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일 수는 있지만 한글의 우수성이란 점에 있어서는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세계적으로 음성 언어를 가진 민족은 많지만 문자 언어를 가진 민족은 많지 않다. 사실 현재 지구촌에는 6500개 언어가 분포되어 있고, 이 가운데 6100개의 언어는 아직 문자가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2주마다 1개의 언어가 사라진다고 하니 이 추세대로라면 2100년엔 3000~4000개의 언어가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는 셈이다. 현대와 같은 세계화 추세 속에서 자신의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를 갖고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를 지켜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글이야말로 우리는 커다란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

필기체는 손 글씨를 활자화한 것으로, 글자를 기울여 밑 선을 나란히 만든 이탤릭체와는 다르다. 활자의 주조법에 따라 글자의 끝을 연결해 디자인된 연결된 필기체(joining script)와 글자들이 독립되어 디자인된 분리된 필기체(non-joining script)로 구분되는데, 글자들의 연결이 정교하지 않으면 글줄이 흐트러지므로 상당한 주조 기술과 조판 기술이 필요하다. 필기체는 정교하면서도 우아함과 쾌활함을 갖추고 있어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인 용도로 다양하게 사용될 것이다.

먼저 유리에 방안지처럼 가로세로 줄을 치고 상자를 짜 그 방안 유리를 덮고 그 밑에 전등을 켠다. 유리 위에 디자인 할 용지를 올려놓으면 준비 끝. 습작해 둔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ㅐㅒㅔㅖㅘㅚㅙㅟㅢㅝㅞ 그리고 받침ㄱㄴㄷㄹㅁㅂㅅㅇㅈㅋㅌㅍㅎㄲㅆㄼㄵㅀㄺㅄㄺ을 조합해 나갔다. 정교하게 그렸음에도 연결 부위가 잘 맞지 않는다. 한글은 조합형이므로 알파벳을 나열식으로 잇는 것과는 달리 큰 차이가 난다.

현대는 디지털 시대이다. 수기로 글자를 짜 맞추기에는 너무 벅차고 힘들다. 조만간 전문 컴퓨터를 구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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