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교감하는 삶이 꿈”
“인간미 교감하는 삶이 꿈”
  • 하성진 기자
  • 승인 2015.11.19 1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부천사·프로골퍼 김해림

프로골퍼 김해림(26)의 골프이력은 좀 특이하다. 1부 투어 6년 동안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지만 그는 지금 최고의 스타반열에 올라 있다. 올해는 다 이긴 경기에서 연속으로 막판 역전패를 당했는데도 엉뚱하게 그를 좋아하는 팬들은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그리고 그 팬이라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의 첫 승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서울서 청주 오창으로 거주지 이전

틈만나면 선행… 충북아너소사이어티 11번째 가입

"내년에는 반드시 첫승… 충북 도민들께 보답할 것"

2016희망나눔 성금 전달 위해 23일 청주방문 예정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김해림은 올해 총 27개 대회에서 남들은 단 한 번도 하기 어렵다는 톱 텐(10)을 무려 열두번이나 기록했다. 우승 문턱을 밥 먹듯이 들락거렸다는 표현은 그래서 나온다. 올해 연간 성적을 총결산하는 대상포인트에선 3위에 올랐고, 1년간 대회가 열리는 모든 골프장마다 가장 어려운 코스, 이른바 핸디캡 1번홀을 지정해 이곳에서 가장 좋은 스코어를 낸 선수에게 주어지는 ‘세이프티 퀸’까지 거머쥔 것을 보면 그는 분명 ‘정글의 살육장’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여자 프로골프계에서 최고 고수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충북인들에게 김해림은 골프보다도 기부천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관련 기사 7면> 2008년 서울에서 청주 오창으로 거주지를 이전한 그는 1억원의 기부를 약속하는 충북아너소사이어티 11번째 가입자가 되었고, 틈만 나면 지역에 내려와 각종 선행을 베풀고 있다. 올해도 오는 23일 열리는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2016희망나눔캠페인 출범식에 참가해 성금을 전달한다.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김해림은 매년 투어상금의 10%를 꼬박꼬박 기부해 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표정은 늘 해맑으면서도 밝다. 경기를 할 때는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누구보다도 아름답다.

그에게 “언제 우승할 거냐”고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아마 내년 상반기쯤이 되지 않을까요. 실력은 충분히 뒷받침된다고 생각하는데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아 저도 안타까워요. 내년에는 방심하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서(웃음) 충북도민들의 성원에 반드시 첫승으로 보답할 것입니다.”

대회 마지막 날 역전패가 반복되는 것에 대한 팬들의 우려를 말하자 그는 “지난해까지는 그런 상황에서 좀 긴장한 탓에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멘탈이 약한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나보다 실력이 나았을 뿐”이라고 쿨하게 받아들인다.

김해림의 남다른 기부행위에는 부모님의 조언과 역할이 크다고 한다. “남을 돕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아 안타까워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어려서부터 많이 보아왔습니다. 때문에 저에겐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무슨 책임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 형편은 그리 넉넉지가 못해요. 얘기하는 건 좀 그렇지만 제가 얻는 투어상금이 실제적인 가계수입이다 보니 선수생활 초기에는 여러 가지로 힘들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좀 들어오다 보니까(웃음) 나름대로 여유 있게 생각하려는 것은 분명 있어요.”

김해림이 밝히는 꿈은 아주 간결했다. “선수로서 투어생활을 최대한 오래하고 싶고, 그저 재미나게…한 40대까지?(웃음). 그러고선 늘 좋은 생각만 하면서 여건이 되면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고…기부는 내가 사람들을 돕는 게 아니라 내가 그것 때문에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에요. 실제로 기부를 하다 보면 좋은 일도 많이 생기거든요. 골프도 재밌지만 기부는 더 재미있습니다.”

그는 오창 생활에 대해 본인의 행복이 두 세배나 더 늘었다고 한다. “하다못해 엘리베이터를 타다 보면 어린 아이들까지 서로 인사하려 해요. 먼저 아는 척 한다는 게 서울생활에선 절대로 못 느꼈던 기쁨이죠. 지방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여기는 분명 인간미가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삶이 바로 이런 거거든요.”

김해림의 첫승이 학수고대 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지 모른다. 그 인간미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말이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imes.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