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대로 해야 한다
내 말대로 해야 한다
  • 반영억 신부<청주성모병원 행정부원장>
  • 승인 2015.11.18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자의 목소리
▲ 반영억 신부

‘갑질’이란 갑(甲)을(乙) 관계에서 ‘갑(甲)’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례에서 약자인 을(乙)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인터넷에서는 갑의 무한 권력을 꼬집는 ‘슈퍼 갑’, ‘울트라 갑’이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많은 사람이 갑과 을의 관계를 꼬집고 있다.

이미 알려졌듯이 땅콩 회항 사건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아르바이트생 주차 도우미를 무릎을 장시간 꿇게 하고 따귀를 때린 사건이나 백화점 귀금속 매장에서 벌어진 갑의 횡포는 대단한 권력이나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약자인 백화점 이용자가 자기보다 조금 더 약한 백화점 점원에게 행한 ‘갑질’이다.

또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경비원 폭행사건도 상대방보다 자신이 더 강자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악행이다.

모 대학 교수가 교수직위를 이용해 제자와 인턴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 등 이른바 ‘갑질’ 논란, 갑의 횡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갑질’에 대한 심리적인 분석 결과를 보면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으로 ‘갑질’을 행한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로 인해 이러한 ‘갑질’을 행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제압하고 싶다는 심리상태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갑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요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 그리고 많은 역사학자와 교수, 학부모들이 반대 입장을 명백히 헸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확정 고시하였다.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 장관, 여당대표는 소통이나 토론이 아닌 일방통행식의 밀어붙이기 식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서둘러 국정화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장관은 “역사적 교과서에 대한 오류, 편향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균형잡힌 역사확립을 위해 한국사 교과서 개발이 대두되고 있다”라고 했고, 국무총리는 프리젠테이션식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하면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역설하였다.

이에 야당대표는 “이제 국민이 나서달라”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국민 불복종 운동에 나서 권력의 오만과 불통에 ‘아니오.’라고 말해 달라.”라고 국정화 반대 담화를 발표했다.

왜 민생은 뒷전으로 하고 난데없는 국정화 논란일까? 그것이 그리 중요하다면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 말이 맞으니 내 말대로 해야 한다’며 밀어붙이는 행동이 그야말로 ‘슈퍼갑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100% 대한민국’과 ‘국민대통합’을 약속하고 당선됐다.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은 ‘신뢰’라고 한다. ‘100% 대한민국’을 약속한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혹 ‘갑질하는’ 대통령으로 각인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우쭐거리지 않고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필리2,3). ‘갑질!’ 나도 어딘가에서 나보다 약한 자에게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