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시대의 도래와 넘어야 할 산
로보어드바이저 시대의 도래와 넘어야 할 산
  • 신근영 <한국금융시스템협회장>
  • 승인 2015.11.11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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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신근영 <한국금융시스템협회장>

핀테크 열풍을 타고 자동화된 프로그램으로 자산을 관리해준다는 로보어드바이저 열풍이 대단하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잘 짜인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간 투자자문가 대신 로봇(알고리즘 소프트웨어)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자문·운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세계 최강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벌써 하나의 커다란 자산관리 방법의 한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미 로봇이 관리하는 자산의 규모가 19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들어 핀테크 붐을 타고 본격적으로 이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필자는 우후죽순으로 나타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표방하는 업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이 앞선다.

핀테크를 사업 형태별로 구분하면 크게 결제, 송금, 환전, 크라우드펀딩,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화폐와 금융 플랫폼, 그리고 자산관리 영역인 로보어드바이저로 구분된다. 핀테크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제외한 다른 분야는 사용자 개인의 자산과는 관계없이 IT 기술을 이용한 금융의 편리성 추구와 관계가 깊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용자의 자산, 즉 돈을 관리하고 운용해주는 사업 영역이다. 그런데 자산을 관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예금을 관리해주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자산관리는 필수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영역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 수익을 추구하는 영역에는 반드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을 피해 갈 수 없다. 따라서 자산을 맡아 관리해준다는 전제 조건 앞에는 반드시 그 자산을 관리하는 로봇시스템이 자산을 관리해서 수익을 발생한, 또는 발생하고 있다는 실적, 즉 운용 레코드가 필요한 것이다. 레코드가 없다면 적어도 개발된 로봇이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물레이션을 해본 결과가 수익이 발생하였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는 기초 검증 데이터의 제공이라도 있어야 한다.

한국금융시스템협회의 회원들은 15년 이상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IT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이른바 시스템트레이딩, 혹은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실전에서 운용한 경험이 있다. 1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시스템트레이더들도 지속적인 수익을 내는 팀은 거의 손꼽을 정도로 금융시장에서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요즘 새롭게 로보어드바이저에 뛰어는 사람들을 보면 과거에 이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이 있던 팀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새롭게 붐을 일으키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과거의 전철을 되 밟아서는 안 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다시는 우리나라에 자동화 시스템 알고리즘 로봇 산업이 자리를 잡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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