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남기는 뜻은?
까치밥 남기는 뜻은?
  • 우래제 교사 <청주 원봉중>
  • 승인 2015.11.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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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 우래제 교사

감나무 상가지/ 하나 남은 연시를/ 가마귀가/ 찍어 가더니/ 오늘은 된서리가 내렸네 /후라딱딱 훠이/ 무서리가 내렸네

내 고향 회인 출신의 오장환 시인의 「첫겨울」이라는 시이다. 시에 나타나 있듯이 감은 회인의 특산물 중에 하나이다.

감나무는 온대지방의 특산종으로 중국, 일본,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서 오래전부터 재배해온 과일이다. 감은 일본의 경우 800여종이 있는데 크게 떫은 감과 단감 두 종류로 구별된다. 단감은 좀 더 따뜻한 우리나라 남부지방과 일본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중부지방은 떫은 감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꽃은 5~6월에 양성 또는 단성으로 핀다. 수꽃은 16개 정도의 수술이 있으나 양성화에는 4~16개의 수술이 있다. 보통 감은 씨로 심으면 감이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고욤나무에 접붙여 재배한다. 그래서 가끔 감나무 뿌리에 고욤나무 순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감을 수확할 시기이다. 보통은 서리 맞은 감이 훨씬 당도가 높다. 그러나 서리 맞은 감은 물러지기 쉬워 껍질을 벗기기 어려워 곶감으로 만들기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은 서리 맞기 전에 감을 따는 것이다. 옛날 어른들은 감을 따면서 꼭 한 두 개 까치밥으로 남겨두라고 하셨다. 미처 익기도 전에 떨어진 감 한개도 맘 놓고 먹을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의 눈에는 내 배고픔보다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에 말 못하는 다른 생명들의 굶주림이 더 안타까웠나 보다. 고귀한 생명들에 대한 나눔을 실천한 아름다운 배려가 아닐까? 첫겨울에 감나무 상가지(윗 가지) 하나 남은 연시(까치밥)를 가마귀가 찍어 간 뒤 된서리가 내렸다니 옛날에도 곶감 만들기 위해 일찍 감을 딴 모양이다.

단감은 따서 바로 먹을 수 있지만 떫은 감은 바로 먹을 수 없다. 그래서 홍시를 만들거나 곶감을 만들어 먹는다. 감의 떫은맛은 수용성 탄닌 성분 때문이다. 감이 익으면 불용성 탄닌으로 변하면서 떫은맛이 없어진다. 일부 품종은 떫은맛을 우려내고 먹기도 하는데 이 과정을 탈삽이라고 하며 뜨거운 물에 담그거나 알콜처리, 탄산가스처리를 하기도 한다.

감은 당분이 풍부하고, 감의 노란색은 카로티노이드 색소로 비타민A의 좋은 공급원이 된다. 비타민C도 풍부한데 감보다 감잎과 감꼭지에 훨씬 많다. 그래서 감식초를 만들 때 감잎을 첨가하기도 하고 감잎차, 감꼭지 차도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남보다 게으른 어설픈 농부. 가을엔 할 일이 참 많다. 이제 감을 따야겠다. 곶감도 만들어야 하고, 감식초도 만들어야 하고, 내년까지 먹을 아이스 홍시도 만들고, 마음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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