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채와 부채없는 옥천군
지방채와 부채없는 옥천군
  • 김기원<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11.09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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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나라도 빚이 있듯 지자체들도 대부분 빚이 있다. 정부가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을 위해 차관을 도입하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것처럼 지자체들도 지역개발사업이나 국제행사 유치와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지방채를 발행한다. 쉽게 말해 빚내서 공익사업을 한다. 서울시와 부산시가 지하철공사로, 인천시와 강원도가 아시안게임과 동계올림픽 유치로 빚더미에 오른 게 대표적 예다. 이처럼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개발사업으로 빚을 지고 있고, 일부 지자체는 상환이 도래된 빚을 갚느라 조장행정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니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민선 지자체장들이 지역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치적 쌓기와 표몰이용 사업을 경쟁하듯 하다 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것이다. 빚잔치로 생색낸 지자체장이 있는가 하면, 전임자들의 빚잔치를 해결하느라 진땀 빼는 지자체장도 있다.

지방채 발행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제동장치가 있긴 하지만 지자체장들의 넘치는 의욕과 지역주민들의 성화를 잠재울 수 없다.

재정자립도가 30%도 되지 않는 영세한 지자체들이 이자에 이자까지 낳는 큰 빚을 지게 되면 지역주민 모두가 빚쟁이가 된다. 주민이 내는 세금으로 부채를 상환해야 되므로 결국 그 피해를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이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년 동안 진 빚을 조기 상환해 주목받은 지자체가 있다. 충북 옥천군이 그 주인공이다.

옥천군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옥천의료기기농공단지를 조성하면서 70억원,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청산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13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또 2009년 지방교부세 결손 보전금 70억원을 한국은행에서 빌려 총 27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었다. 그동안 이자가 42억원으로 불어나 부채 상환액이 312억원이 되었다. 애초 원금상환 시기가 2026년 12월 6일이었음에도 옥천군은 지난 9월 25일 무려 11년을 앞당겨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했다. 부채 없는 지자체가 된 것이다. 만기까지 갈 경우 모두 109억원의 이자를 내야 했으나 부채를 조기 상환해 67억원의 이자를 절감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공단 분양 수입금 전액을 상환자금으로 돌릴 수 있었고 ‘주민참여 예산학교’와 ‘예산편성 주민의견수렴 홈페이지’, ‘재정공시제도’ 등을 운영해 해마다 30억~40억원의 예산을 절감한 덕분이다. 이로써 옥천군은 2014년 말 기준 5만2000원이었던 군민 1인당 부채를 제로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부채 제로를 이끈 김영만 군수를 비롯한 옥천군 직원들의 이 같은 노력은 상찬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무튼 지방채는 기업 빚처럼 양면의 날이다.

은행 돈으로 사업을 잘해 재벌이 된 기업이 있는가 하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도산하는 기업도 있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지방채를 적절히 발행해 지역을 번성하게 하는 지자체도 있지만 면밀한 검토 없이 사업을 벌여 지역의 발전을 저해하는 지자체도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파산되거나 폐가 망신하듯이 지자체도 빚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파산될 수밖에 없다.

옥천군처럼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부채를 조기 상환하면 금상첨화다. 또 다른 공익사업을 추진할 여력을 생성했기 때문이다. 잘 쓰면 약이고 못쓰면 독인 게 바로 지방채다. 그러므로 지방채를 발행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 지방채의 유무가 좋고 나쁨을 결정짓는 잣대가 될 수 없다.

빚이 무서워 필요한 사업을 하지 않거나 무사안일과 적당주의에 빠져있는 지자체는 미래가 없다.

부채 없는 옥천군의 다음 행보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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