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마음을 훔치는 연기
소통은 마음을 훔치는 연기
  •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11.08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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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다섯 번째 이야기는 제24조사 사자존자(師子尊者)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제24조사 사자존자(師子尊者)께서 계빈국의 임금이 칼을 가지고 물어 말하기를 “오온이 공한 것을 얻었느냐?”는 물음에 “이미 얻었느니라.” 왕이 말하기를 “이미 오온이 공함을 얻었을진대 생사를 떠났느냐?” 사자 존자가 “이미 떠났느니라.” 왕이 말하기를 “스님의 머리를 구걸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느냐?” 사자존자가 말하기를 “몸도 나의 소유가 아니거늘 하물며 머리는 더욱더….” 왕이 문득 머리를 베니 흰 젖이 높이가 한 길쯤 솟았고 왕의 팔이 저절로 떨어졌다.

오온은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이다. 이는 육체와 정신인 것이겠다.

사자존자는 육체와 정신이 본래 없는 도리, 텅텅 빈자리를 터득했던 것. 또 죽고 사는 생사를 해탈했던 것이겠다. 즉 무아의 경지에 들어갔기 때문에 몸도 내 것이 아니므로 머리쯤이야 달라고 하면 기꺼이 줄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차돈은 승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흥왕이 “네가 불교를 믿지 않으면 용서해 너를 살려주겠지만, 불교를 믿겠다고 고집하면 너의 머리를 벨 것이다.”고 했단다. 이차돈이 목을 베라고 하니까 나라에서 처형했는데 그때 하늘에서 뇌성벽력이 일어나고 이차돈의 몸에서 흰 젖이 나왔단다.

보통 사람들은 적혈인데 보살에게서는 백혈이 나온다는 것이겠다. 「사제론」에 보살은 중생을 위해 자신이 희생할 때 마치 현모가 어린 자식을 사랑할 때 흰 젖이 나오는 것처럼 목을 베일 때나 자기 몸에서 피를 낼 때는 적혈이 나오지 않고 백혈이 나온다는 것이란다.

이상한 말 같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생에 저지른 일은 반드시 받게 되는 인과응보가 그렇게 철저한 것인가 보다. 가령 백천겁을 두고 세월이 바뀐다고 해도 지은바 업은 없어지지를 아니해서 인연이 만나서 모일 때에 과보를 도로 스스로 받는다는 것 아니겠는지.

하늘에 침을 뱉으면 그 침이 자기 얼굴에 도로 떨어지는 것과 같은 것. 나쁜 업을 짓지 말라는 것을 경계하는 무시무시한 진리이겠다.

사자존자도 그렇게 대단한 경지에 올랐지만 계빈국왕에게 죽임을 당한 것은 과거 전생에 계빈국왕을 살해한 원인이 있었기 때문에 도로 받는 것. 그러나 깨달았기 때문에 고통을 적게 받고 받아도 받는 것이 아니니까 괜찮겠다는 것 아닐는지.

배우가 연기하는 일은 타인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 즉 연기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일일 것 같지만 남에게 집중하는 일이라는 것이겠다.

그래서 남의 마음을 알아채는 능력과 남을 위로할 수 있는 능력. 즉 소통은 마음을 훔치는 연기라는 것이 아닐는지. 그러니 어떤 보복할 일이 있을지라도 보복으로 풀지 말고 그 마음을 훔치는 연기를 하여 소통으로 풀어봄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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