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음식문화와 반찬등속
청주의 음식문화와 반찬등속
  • 박상일 <역사학박사·청주대박물관>
  • 승인 2015.11.05 17:5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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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박상일 <역사학박사·청주대박물관>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의식주이다. 그중에서도 생명과 직접 관련되는 것은 먹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원시시대의 수렵 어로생활로부터 음식문화는 꾸준히 발전해 왔고 자연환경과 민족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국토가 그다지 넓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식재료와 조리법에 있어 지역적 특색이 두드러지고 시대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살려고 먹었는데 요즘은 먹기 위해 사는 것처럼 맛있는 음식을 찾아 어디에든 찾아가고 식도락을 삶의 제일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자의 전유물이었던 요리가 이제는 유명 요리사들을 보면 대개 남성일 만큼 시대가 변했다. 요즘 TV를 보면 온통 요리하는 프로그램이고, 어느 광고는 10년 전에는 잘 먹어주기만 하면 좋은 남자였는데 지금은 요리를 잘해야 좋은 남자란다. 아무것이나 잘 먹어 좋은 남자였던 나는 이제 설 자리를 잃을 처지다.

전국에는 지역이름을 내건 음식들이 많지만 청주에는 어떤 음식을 내세울지 청주에 살면서도 잘 모르겠다. 삼겹살을 꼽기도 하고 해장국과 올갱이국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전국적인 인지도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찾아보면 자랑할 만한 청주요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바로 `반찬등속'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된 이 책은 청주 상신리에 집성촌을 이룬 진주강씨 집안 강귀흠의 부인인 밀양손씨가 1913년에 며느리들에게 음식 조리법을 전수하려고 필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책 표지에 적힌 연도보다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조리법을 정리한 것이니 이 책의 음식들은 조선시대 또는 그 이전부터 오랜 전통을 가지고 전수된 것임에 틀림없다.

반찬등속 책자의 크기는 가로세로 20㎝ 정도로 가는 붓으로 필사했는데 종이가 귀하던 시절이어서 다른 책으로 쓰였던 종이를 반대로 접어서 사용했다. 겉표지에는 ‘문자책(文字冊)’이라는 원래의 책 제목이 있고 그 왼쪽에 ‘반ㅊ·ㄴㅎ·ㄴ·ㄴ등속’이라고 한글로 표기되었다. 이 책에 소개된 음식은 김치류 짠지류 반찬류 떡류와 만두 과자류 음료 술 등 46가지로서 반찬등속에는 북어무침 오리고기 전골지짐 참죽나무순과 토란줄거리 북어대강이 육회 가물치회 등 고기와 생선 등으로 만든 반찬이 소개되어 있다. 북어 요리가 많이 나오는데 북어대강이 하나도 버리지 않고 요리에 활용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참죽나무순과 토란줄거리는 기름에 지져서 바삭하게 튀긴 것처럼 만든 것이다.

전통한식 반상에는 회는 7첩 이상의 반상에 올라가며 주안상이나 교자상에 올라간다. 가물치회는 술에 빨고 좋은 유장에 주물러 아랫목에 덮어 두었다가 발효시켜 먹는데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육질을 맛볼 수 있다. 술은 과주 약주 연잎술 만드는 법이 기록되어 있다. 과주는 소주를 넣어 발효시킨 술이며 약주는 찹쌀술을 빚은 것이다. 연잎술은 술밥을 연잎에 싸서 발효시킨 술이다.

반찬등속이 어떤 경로로 국립민속박물관에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2008년에 그 존재가 밝혀진 후 2012년 충북민속의 해를 진행하면서 청주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현재 충북대학교 김향숙 교수팀에 의해 전통음식문화원인 ‘찬선’이 설립되어 반찬등속의 전통음식 복원사업에 힘쓰는 한편 수강생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경북 영양군 두들마을에 전해진 장계향(張桂香)의 ‘음식디미방’은 엄청난 국가지원을 받아 문화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요즘처럼 음식이 대세고 지역문화가 강조되는 시대에 `반찬등속'이야말로 청주의 음식문화콘텐츠로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실습실도 없이 고군분투하는 ‘찬선’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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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임 2015-11-06 14:37:51
이제 우리 지역에서 전통요리 책자가 나왔다고 하니, 깊이 조명해서 우리 지역만의 특징적이고도 개성적인 요리를 선보였으면 합니다. 말로만 듣던 반찬등속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충북의 정체성을 살리는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조영임 2015-11-06 14:31:36
반찬등속에 관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 고장이 자랑할 만한 대표음식이 무엇일까를 생각할 때면 늘 고민이었지요. 깊은 속리산에서 채취한 자연산 버섯을 이용한 요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우리 지역이 아닌 강원도의 대표음식이라고 우겨도 할 말이 없게 됩니다. 또 민물요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딱 맞지는 않는 것 같았지요.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