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푼 김병우 교육감에게
족쇄 푼 김병우 교육감에게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11.04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먼저 축하부터 드립니다. 취임벽두부터 당신의 발목을 잡았던 선거법위반 송사가 마침내 막을 내렸습니다.

자칫하면 천신만고 끝에 얻은 교육감직을, 그것도 도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도 어이없게 중도하차할 뻔 했습니다.

마치 수렁에 빠진 딸처럼 위태위태했고, 지켜보는 교육가족과 도민들의 애간장도 타들어 갔습니다. 대법원까지 간 두 건의 송사가 모두 직위유지의 벌금형으로 최종 확정됨으로써 1년 6개월간 끌어온 법정다툼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그동안 의문부호를 던졌던 법망도 당신을 충청북도교육감으로 인정했습니다. 교육가족들도 도민들도 수렁에 빠진 딸을 구한 심정으로 안도하고 환영했습니다. 이제 그동안 걱정하며 성원해준 모든 분들에게 온몸으로 보답해야 합니다. 하루속히 악연의 고리들을 훌훌 털어내고 도민들에게 약속했던 행복교육을 실현하면 됩니다.

어두운 터널을 벗어난 만큼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달리는 쾌속열차처럼 행복교육을 향해 거침없는 질주를 해야 합니다. 하여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을 김 교육감에게 몇 가지 당부말씀을 드립니다.

어찌 되었던 송사에 휘말린 건 부덕의 소치입니다. 악법도 법인지라 표적수사였던 아니든 그런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볼썽사나웠던 20여 차례의 법정 출두도, 그리하여 교육에 전념해야 할 시간을 일부 허비한 것도, 그로 인해 본의 아니게 교육가족과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도 ‘모두 제 부덕의 소치라며 거듭 머리를 조아리고 더욱 낮은 자세로 임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2일 파기환송심에서 확정선고를 받고 난 후 기자회견에서 "조심스럽지만 충북교육의 안정을 바라는 도민의 시선과 열망, 우려를 재판부가 고려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법리적으로 보면 내 혐의는 유죄임이 틀림없지만, 어찌됐건 새로운 도약을 주문하는 선물이고 축복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검찰이 먼지털기식 수사를 했다는 지적도 많았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서운한 걸 넘어섰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진지한 자세에 탄복할 정도였다. 산더미 같은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조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적책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답했습니다.

대인적 풍모가 담긴 좋은 말씀입니다. 그렇게 악연의 고리를 끊고 원수마저도 내 편으로 끌어안는 통 큰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무상급식비와 누리사업비를 두고 벌이는 충북도와 갈등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도민들도 우려하고 있는 지역의 뜨거운 감자이지요. 교육재정난이 문제이긴 합니다만 무조건 큰 집에서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이시종 지사와 서로 역지사지 하면서 해법을 찾기 바랍니다.

교육청 안팎에서 ‘상명(上命)은 있으나 하달(下達)은 없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교육감직 지속여부가 걸려있는 송사와 혁신교육에 동화하지 못한 내부정서에 기인한 것이지만 이 또한 당신이 감내해야 할 몫입니다.

이젠 상명하달보다는 하의상달이 강물처럼 흐르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교육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제 요소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인내하고 포용해야 합니다.

여태껏 말도 아끼고 소신도 마음껏 펴지 못한 걸 알기에, 앞으로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에 교육계는 물론 충북사회가 주목할 겁니다.

숱한 난제와 예기치 못한 암초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족쇄는 풀렸지만 결코 편히 쉴 수 없습니다. 암초를 만나 한동안 표류했던 김병우교육호입니다.

이제 순풍에 돛단 듯 순항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상처뿐인 영광이 아니라 더 큰 영광을 위한 생채기였음을 교육성과로 입증하기 바랍니다. 부디 그러기를 축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