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교육감에게 거는 기대
김병우 교육감에게 거는 기대
  • 임성재<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5.11.0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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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임성재

11월 2일 오후, 대전고등법원 302호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은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한 채 초조한 마음으로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판장(대전고법 유상재 부장판사)이 들어서자 법정은 숙연해졌다. 재판장의 호명에 따라 목발을 짚고 피고석으로 향하는 김병우 교육감의 모습은 초췌해 보였다. 자리에 앉은 김 교육감에게 “발은 많이 나아지셨습니까?”라고 묻는 친근감어린 재판장의 첫 마디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의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따른 유죄조항들을 열거할 때는 ‘이렇게 끝인갗하는 절망에 쌓였고, 김 교육감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2위와의 표차가 커 사전 선거운동이 선거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본다는 등의 참작할 내용을 열거할 때는 기도하는 심정이 되기도 했었다. 선고가 내려질 때까지 불안과 안도가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김병우 피고의 행위가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나 도민이 뽑아준 교육감직을 박탈할 만큼 중하지 않다’며 벌금 90만원이 선고되는 순간 법정에선 박수와 함께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벌금 90만원의 무게를 잘 기억하라’는 재판장의 당부를 끝으로 재판은 끝났다. 법정을 나선 직후 카메라 앞에 선 김병우 교육감은 ‘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밝은 햇살 아래 선 기분’이라며 ‘영혼을 걸고 한 재판 과정’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취임 후 1년 4개월 동안 김병우 교육감의 발목을 잡고 있던 모든 족쇄는 풀렸다. 이제 눈앞에 닥친 산적한 문제들과 온몸으로 부딪치고, 꿈꾸어왔던 올바른 교육에 대한 열정을 쏟아내야 할 일만 남았다. 그동안 김병우 교육감은 자신의 핵심공약들을 착실하게 이행해 왔다. ‘행복씨앗학교’라는 이름으로 혁신학교를 도입하였고, 0교시를 폐지하여 아이들이 아침밥을 먹고 등교할 수 있게 해줘 학부모들에게 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자유학기제를 도입하였고 고등학교 입시를 폐지하는 등 쉽지 않은 정책들을 과감하게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곧 낙마할 것이다’라는 조롱과 ‘무엇을 평가할 만큼 한 일이 없다’는 비난, 그리고 ‘진보 교육감으로서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비판 등을 받아왔다. 이것은 취임 이후 1년 4개월을 끌어온 재판 때문에 김 교육감이 과감한 결단과 행동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불신들을 일거에 날려 버릴 수 있도록 산적한 과제들을 과감하게 추진하여야 한다.

김병우 교육감에게 닥친 가장 시급한 일은 교육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중앙정부가 추진하던 일을 슬그머니 지방교육청에 떠넘겨버린 누리과정 예산 1,200여억 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 문제는 전국적인 현상이긴 하나 김 교육감이 교육복지의 중요성에 대해 도민들을 설득하고 도민들이 나설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충청북도와의 급식비 분담비율 조정문제도 시급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아무리 교육청의 논리가 옳다고 하더라도 도민들이 알지 못하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어렵다. 교육감이 나서서 언론을 설득하고, 도의회를 설득하고, 도민들에게 충분히 알린다면 충청북도와의 협상과 타협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도교육청이 더 서둘러야 할 일이다. 외길을 고집하는 지도자는 위태로울 뿐이다.

김병우 교육감을 지지했던 도민들은 충북 최초로 탄생한 진보교육감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당선의 기쁨도 잠시 1년 4개월을 끌어온 재판은 도민들에게 꿈꾸었던 교육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접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었다. 그러나 이제 그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온 충북 교육의 수장이 환한 햇살 아래 당당하게 섰다. 김병우 교육감의 영혼을 건 교육 행보를 기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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