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모·이서희 독창회 그 푸른 감동과 성악현실
강진모·이서희 독창회 그 푸른 감동과 성악현실
  • 김기원 <편집위원·문화비평가>
  • 승인 2015.11.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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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세상의 악기 중에서 으뜸은 단연 인간의 목소리이다. 악기들이 종류와 생김새와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를 내듯 사람의 목소리도 이와 같다. 아니 악기보다 더 다양한 천양각색의 음색과 고저와 장단을 가지고 있다.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함께 자라도 얼굴처럼 제각기 다른 것이 사람의 목소리이니 그 오묘함을 어찌 일반 악기와 견주랴.

그 인간의 목소리로 연주하는 곡이 바로 성악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각고의 노력으로 갈고 닦아 마침내 일정한 경지에 오르면, 그리하여 무대에 연주자로 서면 사람들은 그를 성악가라 부르며 예우하고 환호한다.

성악가도 연주하는 음역에 따라 이름 앞에 남성은 테너 바리톤 베이스라는, 여성은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라는 작위가 붙는다.

이중 고음대를 연주하는 두 성악가의 독창회가 지난 10월 청주아트홀에서 연이어 열려 지역의 음악애호가들을 즐겁게 했다. 그 주인공은 15일 연주한 소프라노 이서희와 29일 연주한 테너 강진모였다.

청주의 가을밤을 아름다운 선율로 물들인 강진모는 한수 이남의 최고의 테너라 불릴 만큼 기량과 내공이 출중한 지역의 중견 성악가이고, 이서희는 소프라노계의 새 지평을 열 보석 같은 성악가이다. 다시 말해 강진모는 음악계에 중천에 뜬 큰 별이고, 이서희는 장래가 촉망되는 떠오르는 샛별이다.

아무튼 두 성악가의 감동적인 독창회가 서로 오버랩 되면서 아직도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왜일까? 두 독창회가 충북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받아 성사되었다는 점도 있지만 충북의 음악시장과 무대예술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무대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기 때문이다.

독창회는 성악가 혼자 연주하는 특별한 음악회이지만 결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음악회가 아니다. 반주해줄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있어야 하고 양념으로 우정출연자도 구색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몇 날 며칠을 연습하고 리허설도 해야 한다. 무대도 대관해야 하고 프로그램도 제작해 배포해야 한다.

어디 그뿐이랴. 아무리 준비를 잘하고 멋진 연주를 해도 관객이 없으면 도로아미타불이니 관람객 유인을 위한 홍보도 해야 한다.

이래저래 돈이 많이 든다.

그러니 기백만 원에 불과한 문화재단 지원금으론 대중 홍보는 엄두도 낼 수 없다. 가족이나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의 입소문을 통해 아름아름 관람객을 유인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두 독창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참으로 눈물겨운 성과다. 강진모 독창회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으니 상찬받기 충분했다. 지역에 좋은 예술가가 있다는 건 축복이다. 그들 덕분에 지역이 예향으로 거듭나고, 그들의 손에 의해 좋은 후학들도 길러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자체와 지역사회와 지역의 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문화예술인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충북문화재단과 도와 시·군은 문화예술 진흥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어려운 예술인들의 창작과 공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하향평준화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시켜나가야 한다.

이번 독창회에서 테너 강진모는 ‘애창 오페라 아리아의 밤’으로 그의 진가를 보여주었다. 왜 그가 한수 이남의 최고 테너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무대였다. 그의 우람한 몸에서 나오는 깊고 넒은 매력적인 음색은 황홀 그 자체였다. 소프라노 이서희도 ‘노래에 살고 사랑의 살고’라는 표제에 걸맞게 멋진 무대를 펼쳤다. 그의 육중한 몸에서 뿜어 나오는 활화산 같은 성량과 음악적 내공은 그가 결코 범상한 소프라노가 아님을 입증시켰다. 충북의 문화예술 현주소는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그런 그들이 있어 애써 희망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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