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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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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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보디가드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중략)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진보도 아닌 것이 진보입네 하고, 온갖 진보욕을 다 먹인다. 소득분배정책을 한번도 써보지 않았으면서, 좌파네, 사회주의네 온갖 욕을 다 들어먹는다.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한번도 써보지 않았으면서 노동자들 욕은 혼자 더 먹인다.

참으로 괴상한 정부다. 참여정부를 생각할때면 항상 이 풀리지 않는 대목 때문에 억장이 무너진다.

며칠 전 시민사회단체의 행사장에서 낯선 손님을 만났다. 이른바 386세대들이다. 민주화운동의 후광을 받아 열린우리당 금배지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참 뻔뻔도 하다. 잘도 지껄여댄다. 같이 갔던 한 인사의 표정이 그새 변하더니 이내 자리를 뜬다. 맘이 통했다. 자리를 떠 곧장 청주로 왔다.

그런데도 영 뒷맛이 개운찮다. 그래서 괜히 신동엽시인의 말을 되뇌어 본다. 껍데기는 가라!

오늘 아침,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아빠, 보디가드가 뭐에요". "으음, 보디가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누구를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사람이야! 그럼, 너의 보디가드는 누구지"하고 물었다. 나는 내심, 아빠 혹은 엄마라고 답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이는 대뜸, "나의 보디가는 이모입니다"하고 대답한다.

하긴, 매일같이 늦게 들어가고 아침 어린이집 갈 때 잠깐 말고는 같이 있는 시간이 전부인데, 당연히 하루종일 함께하는 이모가 그 녀석에게 보디가드가 맞는 셈이다. 지켜주것도 없으면서, 괜한 욕심을 냈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 그 녀석 말이 정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어린아이도 본능적으로 자신을 잘 챙겨주는 사람이 누군지는 알게 되는 법이고, 해주지도 않으면서 과한 걸 기대한다고 그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이제, 우리 노동자도 농민들도, 양심적인 소시민들도 참여정부나 열린우리당 386들이 우리 민초들의 보디가드가 아니란 것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안다. 그래서 다 등을 돌렸다. 대통령 지지율이 11%라니 사실 온 국민이 등을 돌린 것이다.

그런데, 등을 돌린것까진 좋았으나 방향이 약간은 어색하다. 하는 말이라곤 "친북좌파야"라고 하는 문장이 전부인 그쪽으로 쏠려있다. 그런데 그쪽도 껍데기 동네와 마찬가지로 같은 통속이다. 감세, 한·미FTA 절대찬성 등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으로 가득찬 한통속에 불과한 동네일뿐인데.

어찌해야 하나! 그래서 우리에게 분발이 필요하다. 브라질 대통령 룰라가 내 걸었던 "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말자!"라는 슬로건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가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희망의 비젼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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