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으로 가는 길
대학으로 가는 길
  • 최 준 <시인>
  • 승인 2015.10.2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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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 앞에서
▲ 최 준

지난 추석 다음 날 점심 무렵, 지방에 있는 작은 도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후배 부부가 찾아왔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시인이기도 한 고교 후배는 자신은 마시지도 않는 막걸리를 들고 왔다.

한 해에 두어 번 만나는 사이지만 시절 따라 전해오는 안부는 절대로 잊지 않는다. 그가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변함없는 신의와 성실은 선배인 내가 배워야 하는 덕목이다.

막걸릿잔을 앞에 놓고 이런저런 대화 끝에 대학입시 얘기가 나왔다.

후배는 추석 연휴가 끝나고부터 대학입시가 마무리되는 내년 첫 달까지가 제일 바쁜 시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앞뒤 선후배들과 친구 자녀의 대학 입시생들이 참 많다. 언제부턴가 이들을 만나면 아이들에 대한 고민이 빠지지 않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지만 우리의 대학입시제도만큼 아침저녁으로 바뀌어 온 제도도 없지 않았나 싶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새로운 입시 제도가 등장하고 그러면 우리 사회와 학교들은 또다시 골머리를 앓는 일이 반복되었다.

한 나라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다.

교육 정책 입안자들도 나름의 고심이 있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현재의 대학입시제도는 문제가 많다.

초중고 12년의 기나긴 교육 과정이 오직 대학 진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이 지난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까.

학부모의 등에 빨대를 꽂고 있는 입시생들의 아픔도 크다. 막상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그토록 노력해 온 아이나 학부모는 보람보다 허탈감으로 진이 빠진다.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입시에 묶였던 틈새를 빠져나온 그 시간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지 않는다.

몇 번의 시행착오와 견딤을 벗어던지고 나면 또다시 적성에 맞지 않아 뒷걸음질치는 학과의 전공과목 변경으로 시간은 늦추어진다.

어찌하다 보면 대학 5학년이라는 말이 불성실함도 마찬가지다. 취업을 염두에 두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안쓰러움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라 해도 그것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입시경쟁에 쏟아 부어야 하는 시간이 정책에 좌지우지되어 시간에 매여 가는 입시생들을 보면서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이 자유롭지 못한 점도 안타까운 일이다.

주말도 없이 매여 살아야 하는 고통이 우리가 건너야 할 현실이라니!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그럴 듯한 말로 우리의 교육 현실이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건 자명하다.

중고등 교육이 오직 대학 진학에 맞춰져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 먹고살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고 대학에 가야 하는 현실은 지식인 양성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반성해야 한다. 우리 지식인 사회가 과연 행복해졌는가, 하는 진지한 반성이다.

우리는 과연 인간으로,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을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질문해야 한다.

진정한 행복이라는 게 큰 집으로 비싼 차로, 겉치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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