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복 효 근
건기(乾期)가 닥쳐오자
풀밭을 찾아 수만 마리 누우떼가
강을 건너기 위해 강둑을 모여섰다
江에는 굶주린 악어떼가
누우들이 물에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화면에서 보았다
발굽으로 강둑을 차던 몇 마리 누우가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를 향하여
강물에 몸을 잠그는 것을
악어가 강물을 피로 물들이며
누우를 찢어 포식하는 동안
누우떼는 강을 다 건넌다
누군가의 죽음에 빚진 목숨이여, 그래서
누우들은 초식의 수도승처럼 누워서 자지 않고
혀로는 거친 풀을 뜯는가
언젠가 다시 강을 건널 때
그중 몇 마리는 저쪽 강둑이 아닌
악어의 아가리쪽으로 발을 옮길지도 모른다
# 누우의 생존 본능을 보며 무서움에 등이 시려옵니다. 삶과 죽음이 강을 건너는 일이라지만 죽음이 그렇듯 피의 대가로 얻은 목숨이 평안할 리 없습니다. 고행의 시간을 견디고 살아가는 삶의 비장함에 발길도 저릿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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