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페스티벌
젓가락 페스티벌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5.10.27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시민기자>

‘젓가락 페스티벌’이라는 낯선 이름의 행사가 청주에서 열린다.

동아시아문화도시조직위원회와 청주시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문화를 집자, 세상을 담자’라는 주제로 11월 10일부터 12월 17일까지 청주에서 펼쳐진다.

동아시아문화도시는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에서 매년 문화도시 1곳씩을 선정하여 문화교류와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세계에 동아시아의 문화를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문화운동이다. 2015년에는 한국의 청주, 중국 칭다오, 일본 니가타 시가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

젓가락은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문화의 원형이다.

식생활과 문화의 차이에 따라 젓가락의 재질과 크기가 달라지는 차이는 있지만 젓가락은 세 나라가 고대부터 공유해온 문화이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이미 중국과 일본에서는 상하이 젓가락문화촉진회, 젓가락 수집가협회, NPO국제 젓가락문화협회 같은 문화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런 젓가락을 이용해서 문화축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신선하다. 젓가락의 문화적 가치를 공감하기에도 충분하다.

그러나 그 행사를 청주에서 하자는데 에는 의문이 남는다. 문화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린다. 아이디어 선점이라는 차원에서 좋다는 의견과 지역과 아무 관련이 없는 행사라서 생명력과 지속성을 얻기 어렵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문화는 거창한 행사를 개최한다고 해서 수준이 높아지고 그 지역에 정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진정한 문화가 될 수 없다.

만약 청주에서 무술축제를 개최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무술축제는 택견의 고장인 충주에서 열리기 때문에 세계 무도인들의 호응을 받아왔고, 직지축제는 직지의 고장인 청주에서 열기 때문에 그 의미가 살아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의 문화행사라 해도 역사와 생활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그 고장의 진정한 문화로 자리 잡기 어렵다. 청주공예비엔날레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1999년 첫 개최 후 16년째를 맞았고,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 성공했다고 자평하지만 여전히 개최의 정당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공예와 청주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주의 어느 문화계 인사가 ‘젓가락 페스티벌’이 일회성 행사로 끝날 것이라고 단언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젓가락 페스티벌’은 전 문화부장관이었던 이어령 ‘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아우를 수 있는 문화 컨테츠의 중심 역할이 청주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긴 하다. 그러나 소소하지만 중요하고 역사 깊은 젓가락 문화를 청주의 고유한 색으로 만들어 가야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남는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걸출한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나 문화까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청주에 접목하는 가는 청주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몫이다. 그것을 논의하게 하고 조정하고 조율하는 일이 청주시 문화행정의 몫이다.

직지의 고장 청주가 갖는 기품의 문화와 젓가락 문화가 어우러져 이 도시만의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오랜 시간 그리고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문화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대를 이어 물려줄 유산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