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정신과 청렴
준법정신과 청렴
  • 김은용 <청주시 감사관>
  • 승인 2015.10.2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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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김은용 <청주시 감사관>

“이경규가 간다!”라는 MBC의 인기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마 양심냉장고라면 모두가 알 것이다.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법을 지키거나 선행을 베푸는 사람에게 냉장고를 주는 것이었는데 그중 사람들의 뇌리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장면은 새벽 시간 인적이 없어 아무도 멈추지 않는 횡단보도에 소형차 한 대가 파란불에 멈춘 것이었다. 진행자가 다가가 보니 언어장애가 심한 뇌성마비 장애인 부부였고, 왜 이런 한밤중에 아무도 건너지 않는 외딴 횡단보도에 정지선을 지켰느냐는 말에 어눌한 말투로 “내가... 늘... 지켜요...” 라고 대답해 우리 사회에 깊은 감동을 준 일이 있었다.

해방 이후 우리가 이룩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며 오늘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수준 높은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양적 팽창에 비해 법과 질서를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준법문화의 수준은 여러 지표에 나타나듯 선진국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아직 교통법규와 같은 기초적인 질서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나라고 해서 특별히 지킬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하며 법을 지키는 사람은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고 법망을 피해 이득을 보는 것이 대단한 특권인양 생각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준법정신의 약화와 법 경시 풍조는 현재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그 악영향은 심각하다. 준법의식의 약화는 법을 위반하였어도 죄의식을 가지지 않게 하는 요인으로 법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법을 지키려는 노력이 약화되면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가 뿌리내려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는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2014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75개국 중 43위로,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에 해당하는 매우 낮은 순위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우리나라는 2008년 이후 6년 연속 하락과 정체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개선을 통해 정부의 효과성, 부패통제 부분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연평균 경제 성장률을 2% 이상 끌어올릴 수 있으며, 부정부패로 말미암은 연간 50조원의 경제적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즉, 준법정신의 고취를 통해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선진국의 대열로 들어설 수 없는 것이다.

준법정신과 윤리의식의 회복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토대 위에 시민의식을 일깨우고 함양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에서 정직과 성실을 내면화하는 도덕성을 회복하고, 질서를 생활화하며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 올바른 준법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노력이 시민단체나 공무원들이 모여 결의대회를 여는 그들만의 ‘잔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지도층이 행동과 의식의 변화를 과감히 보여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무원들은 솔선수범하여 시민의식 반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선 시대 대표적 청백리인 맹사성은 여러 벼슬을 거쳐 우의정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항상 소박한 생활을 하고 수수한 옷차림을 입고 다녔다고 한다. 허세를 부릴 줄 모르고 권위 세우기를 싫어했으며 늘 소를 타고 다녀 그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다. 자기 지위를 개인적 풍요로움이나 외적인 행세를 위해 이용하지 않았고 어떤 정치세력과도 결탁하지 않았다. 맹사성이 이처럼 청백리의 표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평소 소탈한 생활을 하며 사소한 일 하나에도 자기 절제와 결벽에 가까운 도덕적 판단으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성공은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시민과 공무원, 사회지도층 모두가 약자를 보호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사소한 법규부터 지켜나간다면 시민 윤리의식과 준법정신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어 부정부패가 감히 뿌리내리지 못하는 청렴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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