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 빨리 쓸 수 있다(2)
한글도 빨리 쓸 수 있다(2)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5.10.22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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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 앞에서
▲ 반영호

서체를 만들려면 한글은 도대체 몇 글자나 되겠는가?

일어로 표현할 수 있는 글자가 300자, 영어는 400자다.

그런데 한글은 무려 8800자나 된다.

이것은 단지 말로 표현되는 것이지 실제 글자로 만들 수 있는 글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우리 한글로 쓸 수 있는 모든 글자는 자음글자 19개와 모음글자 21개가 있다. 이것은 세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자음글자와 모음글자가 합쳐져서 한글의 음절이 이루어진다. 음절이 만들어지려면 자음과 모음의 결합이 필요한데 가, 나, 다, 라 와 같이 자음과 모음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있고 각, 난, 달, 별 등의 자음과 모음과 받침 자음이 함께 모여 이루어진 것이 있다.

한글로 쓸 수 있는 총 글자 수는 자음·모음·자음 19×21×(14+13)면 1만0773개가 된다.

여기에 자음·모음 19×21하면 399개. 그래서 국어의 글자 수는 1만1172개가 된다.

그리고 이 수치는 컴퓨터 완성형의 글자 수와 동일하다. 한글워드에서 모두 칠 수 있는 글자들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읽는 모든 글자들의 99%는 단지 808개의 글자로 채워질 뿐이다.

중국에서 교양인이 쓰는 한자의 수는 (수준에 따라) 2~5만 개가 된다고 하는데, 이와 비교하면 한글에서 쓰는 글자 수가 얼마나 적은지를 알 수 있다.

원래 훈민정음이 반포되던 당시에는 ㅿ, ㆁ ,ㆆ ,ㆍ 이렇게 네 글자가 더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한글은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우수한 과학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한글이 궁극적이고 이상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한글은 네모 상자 모양을 유지하기 때문에 글자 윤곽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고, 또 복잡한 글자 내에서 낱자들의 구별에 중요한 획의 탐지가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반면에 글자로 모아쓰기 때문에 음절의 구분이 용이한 이점도 있다.

한글은 낱자 단위로 분석되면서도, 글자(음절) 단위로 파악될 수는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 808개 글자 중, 받침이 없는 것은 211개이고, 받침이 있는 것은 597개이다.

받침 없는 글자가 전체 사용빈도의 약 54%를 차지하며 한 글자 기준으로 받침 있는 글자에 비해 평균 6.4배나 자주 사용된다.

그래서 약 200개의 받침 없는 글자(예, ‘갗)를 익히고, 여기에 받침이 붙는 몇 글자들을 이어서 외우면 대부분의 한글 글자를 쉽게 읽을 수 있다.

한글은 가로 쓰거나 세로 쓸 수 있으나 속기(速記)하기 위해서는 가로쓰기가 훨씬 빠르고 만들기 또한 용이하므로 가로쓰기 원칙에 따라 자음 19개와 모음 21개, 받침 23개를 만들었는데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만들어 본 글자들이 종이로 수천 매는 된다.

영어 필기체 알파벳 쓰기 노트와 같이 3칸(4줄)을 만들었다. 가운데 칸이 중심이 되는데 받침 없는 글자들은 중간 칸에 쓰고 받침은 맨 아래 셋째 칸에 쓰이게 된다.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하려고 단어의 첫 자음을 맨 위 칸부터 시작하게 했다.

먼저 자음 19개와 모음 21개를 합쳐 받침 없는 글자를 만들었다. ‘ㄿ을 놓고 모음을 붙여 보았다.

‘가 갸 거 겨 기 개 걔 게 계’는 ‘ㄿ이 앞에 나오지만 ‘고 교 구 규 과 괴 귀 긔 궈 궤’는 위로 붙는다. 당연 ‘ㄿ의 모양이 달라야 한다.

또 서체화 시키려면 ‘가 갸 거 겨 기’와 ‘개 걔 게 계’나, ‘고 교 구 규’와 ‘과 괴 귀 긔 궈 궤’의 ‘ㄿ크기가 달라야 했다.

이렇게 ㄱ부터 ㅎ까지 모양과 크기를 달리하여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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