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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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5.10.2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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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월급이야 늘 적다고 불평하는 것이 세속의 정서라서 되도록 말을 하지 않는 편이 좋지만, 그래도 오해는 풀어야겠다. 주위에서 교수의 월급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추측을 하는데 억울해서 하는 말이다. 과거 선생님들에 대한 대우가 좋을 때는 그랬을지는 모르지만, 멈춰있는 시세 때문에 교단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되었다. 한마디로 7, 80년대 무역이 한창 잘되고 이어 대기업이 급성장을 하면서 관련기업은 월급도 따라 올랐지만 교직은 정체상태인 것이다.

얼마 전 미디어에서 ‘정교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전국최고의 연봉은 서울 가톨릭대 성의캠퍼스의 2억117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이 조사한 ‘2015년 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수 직위별 보수현황’에 근거한 것이다. 지역별 최고연봉으로는 충청권에서는 대전 을지대의 정교수 연봉이 1억1900만원이었다. 전라권에서는 조선대 1억100만원, 경상권에서는 인제대 1억4900만원 등이다. 국회위원은 교육부를 통해 각 대학에 여러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이를 종합한 결과다.

결론적으로 전국 192개 대학 219 캠퍼스를 표본으로 했을 때 4년제 대학 정교수 평균연봉은 9481만2000원이었다. 그런데 톱5 대학은 위의 가톨릭대 성의캠퍼스를 1위로 연세대 1억6293만원, 인제대 부산캠퍼스 1억4900만6000원, 포스텍 1억4028만5000원, 성균관대1억3473만9000원이었다.

여기에 국립대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국립대 월급이야 공무원 월급이라서 나라에서 정해주는 대로 책정되는 것이고, 다른 것이 있다면 이제는 대학회계라고 이름이 바뀐 기성회계(옛날 사친회비)에서 나오는 보조금이 학교마다 조금씩 높낮이가 있었다. 학생들이 국립대의 기성회비는 위법이라고 소송을 내고 승소하는 바람에 더 이상 기성회는 존속할 수 없게 되었고 덕분에 기성회비라는 명칭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름만 바뀐 것이고 진정으로 기성회계를 국가가 대체할 방안은 암중모색중이다.

과거 서울대도 비슷했었는데 J 총장시절에 기성회비에서 매년 1000만원에 가깝게 연봉을 올려주더니 다른 대학보다 3000만원을 더 많이 받게 되었다. 곧이어 법인화를 하는 바람에 교육부는 서울대 월급에 대해서는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게 되었고, 이후 속사정은 내부자들만 안다.

사립대는 알아서 주는 것이니 강남대(1억3100만원), 한신대(1억2003만원), 한국항공대(1억2001만원), 영남대(1억1900만원)가 선두를 차지했으며 조선대, 전주대, 동신대도 1억을 넘었다.

그런데 이 자료에는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의대가 포함된 대학이 대체로 연봉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의대를 제외하면 교수의 연봉이 이 정도까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여기에는 한의대도 포함된다.

예전에 서울의 큰 사립대 교수 연봉이 국립대보다도 낮게 발표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자료에서는 ‘(의대 제외)’라는 단서가 붙어있었다. 의대교수는 진료비 명목으로 연봉에서 일반교수보다 다른 처우를 받는다. 게다가 교수연봉에는 각종 수당과 급여 성격의 연구비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이들조차 제외한다면 훨씬 낮아진다.

근처에 의대가 없는 대학이 1억2000만원에 가깝게 받는 것을 보니 꽤나 허전하다. 그래도 의대 덕분에 연봉이 높아 보여 그나마 체면유지가 되어 다행이다.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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