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를 제대로 살핀다는 것은
민의를 제대로 살핀다는 것은
  • 임성재 <칼럼니스트·시민기자>
  • 승인 2015.10.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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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임성재

충북도청 길 건너에 위치한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의 활용방안을 두고 충청북도와 도의회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도의회는 광역자치단체 중에 독립청사가 없는 광역의회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며 도의회 독립청사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고, 도는 부족한 청사 공간과 주차부지로 썼으면 하는 생각이다. 지난 4월 도교육청으로부터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를 구입한 이후 두 기관이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충청북도는 이 부지의 활용방안을 도민에게 묻겠다며 충북발전연구원에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지난 16일 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각계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조사에서는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의 활용방안, 건축규모, 건축시기 등을 물었지만 대부분의 설문은 뜬 구름 잡는 식이었고 요지는 도청사로 활용하느냐, 도의회 단독청사로 활용하느냐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입으로 주장하기 어려운 내용을 마치 도민의 뜻을 묻는 것 같은 형식을 취해 대신 말하게 한 꼴이다. 그런데 만약 설문내용을 늘려 이 부지를 도심공원으로 활용하자는 안을 넣었다면 도민들의 답은 어땠을까? 결과는 도청사도 도의회도 아닌 공원 아니었을까?

공청회에 참석하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두 기관이 협의하면 될 일을 서로 하기 곤란한 말을 도민에게 미뤘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도민의 뜻을 중시하는 도나 도의회라면 도의회 의정비 인상문제나 도의원의 재량사업비 사용문제, 도교육청과 오래도록 갈등을 빚고 있는 급식비 지원문제 같은 것은 당연히 도민의 뜻을 물었어야 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자기들 입맛대로 결정하고 껄끄러운 문제만 도민의 뜻을 묻는 형식을 취하는 것은 꼼수다.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도 해석은 제각각이다. 충청북도는 도민 상당수가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를 ‘도청 2청사’로 활용하길 바라는 만큼 이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도의회는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건물의 용도와 건축시기,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물었을 때 중장기적으로는 ‘도청+도의회+행정타운’ 건립이 가장 높게 나왔으니 도의회 독립청사가 포함된 행정타운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론조사 결과 중에서도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만을 똑 떼어내 해석하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참 뻔뻔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도의회 독립청사가 없어 도청과 사무실을 같이 쓰기 때문에 의회의 독립성이 저해된다는 도의회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현재의 충청북도 의회의 건물구조를 보면 더욱 그렇다, 의원의 역할로는 자신이 없으니 내가 의장일 때 의원일 때 도의회의 독립청사를 만들었다는 생색이라도 내고 싶은 모양인데, 그것보다는 내가 의장일 때 의원일 때 도심에 시민들이 편히 쉬고 즐길 수 있는 도심공원을 만들었다는 업적을 남기면 안 될까?

충청북도도 마찬가지다. 도청사의 1인당 면적이 법적 기준의 69%에 불과해 도청사의 확장이 시급하다며 옛 중앙초등학교를 도청 2청사로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청주시청에 비하면 청사문제가 그렇게 시급해보이지도 않는다.

번듯한 청사가 있다고 해서 민의를 더 잘 받들고, 주민에게 봉사하는 행정을 펼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전 TV에서 본 일본의 조그마한 도시의 시청사 건물이 떠오른다.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시 청사로 모여들어 무언가를 배우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휴식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을 보면서 부러움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활용방안은 이번 여론조사를 핑계로 조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도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구도심을 활성화하고 주민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는 기념비적인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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