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있는 사람
내 옆에 있는 사람
  • 하은아<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5.10.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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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 하은아

매일 매일 똑같은 일상의 연속이다. 패턴처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출근하고, 잠이 든다. 그 속에서 하는 일도 비슷하다. 그러나 작년의 일상과는 많이 달라져서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고 생각할 여유조차 가질 수 없다. 올해부터 나는 육아라는 새로운 일에 계속 적응 중이다. 그러다 보니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고 말할 여유가 없다.

퇴근 후 차 한잔 마시면서 책 읽던 여유가 사무치게 그립다. 지금은 책 한 장 읽는 동안에 수시로 아이를 돌아봐야 한다. 그러니 책의 맥락이 이어지질 않는다.

책이 재미있어 한 권을 단숨에 읽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가물거린다.

그런 시간이 그립다. 그리워서 책을 한 권 들고 읽으려 하면 어김없이 아이가 울어댄다.

나는 건조한 문체의 책을 좋아한다. 빙빙 돌려 이야기하고 예쁘고 고운 단어로 이야기하는 책은 어색하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그래서 독설가의 책과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구성된 소설책을 좋아한다.

이런 내가 달달한 이야기를 담고, 곱게 말하는 책을 읽는 경우는 마음의 여유가 없고 어떤 위로를 받고 싶다는 뜻이다. 딱히 위로받을 일은 없어도 그냥 따듯한 말이 듣고 싶은 그 순간에는 감미로운 책을 나 자신에게 처방한다.

이번에 처방 내린 책은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여행 산문집’이다.

저자 이병률의 선 굵은 생김과는 다르게 책 내용이 참 곱다. 저자가 여행을 떠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그 글이 고스란히 담겨 책을 읽으면 여행 다니는 마음과 사진 찍을 때의 마음이 전해진다. 한 장 한 장 떼어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아이가 잠든 틈을 타서 읽어 내려갈 수 있고, 읽다가 한참 후에 다시 읽어도 좋다. 읽을 때마다 거칠어진 내 마음이 다시 정갈해지는 기분이 든다.

‘낯설고 외롭고 서툰 길에서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 그래서 더 사람다워지는 것, 그게 여행이라서.’라는 작가의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여행 중에 만났던 사람의 눈빛, 그 사람과 나누었던 이야기, 함께 먹었던 음식과 술, 그곳의 사진이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발 닿는 곳으로 여행 떠나는 기분이다. 그곳에서 맛볼 수 있는 여행의 기쁨에 짓게 되는 작은 미소 같다.

나는 그동안 이병률 작가의 사진이 좋아서 작가의 책을 읽곤 했다. 읽으면서 이런 달달함은 나와 참 맞지 않는다며 사진을 오래오래 읽어내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참 편안하다. 마음이 푸근해지는 책이다. 읽는 내내 볕 좋은 날 천천히 산책을 하는 것 같다.

가을볕이 참 좋다. 햇살 아래에서 이 책 한 권 들고 읽으면 참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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