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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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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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로 가꾸는 지역 활성화
박 경 국 <충북도 기획관리실장>

지난해 8월 한·일 청소년 스포츠 교류단을 인솔하여 일본 구마모토 현에 갔을 때의 일이다. 우리 도에서 개최되었던 전국소년체전 참가선수단을 중심으로 총 206명, 일본 측이 216명의 교류단을 편성, 총 규모는 422명이나 되었다. 축구와 배구, 탁구 등 다섯 종목의 선수들이 1주일간 상호 친선경기를 치르며 간간이 역사유적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 '바닷가에서의 고기잡이'라는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이 많은 인원이 바닷가에 나가 함께 고기를 잡는다니 선뜻 상상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예정된 날 바닷가에 도착해보니 넓은 개펄이 펼처져 있고 그 너머에 파란 바닷물이 넘실대고 있었다. 그런데 바다위에 떠 있는 것이라고는 조그만 어선 두 척이 전부였다. 진행자가 고기 잡는 요령을 설명해 주는데 너무나 쉽고 간단한 데 놀랐다. 멀리 보이는 어선 두 척이 약 1Km 정도 되는 그물을 미리 쳐놓으면 청소년들은 개펄에 서서 한쪽씩 잡아당기면 되는 것이었다. 한쪽은 한국 청소년 200여명이, 다른 한쪽은 일본 측 청소년 200여명이 넓은 개펄에서 "영차! 영차!'하며 그물을 당기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한·일 양국 청소년들이 어울려 그물을 당기는 모습, 몇몇 어부들의 정성스런 뒷바라지, 한여름 태양아래 빛나는 눈부신 바다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물이 당겨질수록 양국 청소년들과의 거리도 점점 가까워졌고, 이윽고 그물이 거의 당겨졌을 때 숭어와 가오리, 게 등 바닷고기들이 펄떡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양국 청소년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바닷물로 뛰어 들어가 맨손으로 고기를 움켜잡느라 야단이었다. 넓은 개펄에 울려퍼지는 청소년들의 환호성과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그리고 시원한 파도소리가 어우러져 어느덧 그 많은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서로 장난을 치고 몸을 부딪치며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에서 청소년들의 티 없이 맑은 우정을 엿볼 수 있었다.

잡은 고기는 모두 어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좋은 체험이 되고 일손이 부족한 어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 행사가 있은 후 양국 청소년들은 급속히 가까워져 서로 어울려 다니기도 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등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교류 마지막 날 서로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아이들, 서로 얼싸안고 등을 토닥이는 아이들을 보며 그날의 이벤트가 얼마나 한·일 양국간의 거리를 좁혀 놓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짧은 기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좋은 추억을 심어주고 그 고장을 오래도록 기억되게 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는 아직도 지역을 활성화 하려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시설을 늘리고, 길을 새로 내고, 막대한 투자를 하여 숙박시설이나 위락시설을 짓는데 치중하고 있다. 어떤 시책을 추진하려고 하면 먼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에 의존하려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을 아름답게 가꾸고 활성화시키는 요체는 단순한 시설 투자나 지원금보다는 지역의 여건과 자원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발견하고 이를 활용하려는 아이디어와 지혜인 것이다. 우리 도도 무궁무진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우리 고장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발전 잠재력을 새롭게 인식하여 온 도민이 지혜를 모으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상품을 개발하여 우리 고장을 살기 좋은 지역으로 가꾸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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