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관과 현실
역사관과 현실
  • 최 준 <시인>
  • 승인 2015.10.1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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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 앞에서
▲ 최 준

중고등학교의 역사교과서에 관해 말들이 많다. 원인은 교육부에서 제공했다.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 하나로 통일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논란의 발단이었다.

이를 두고 역사학계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교육부의 의지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견해도 당연히 상반된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청소년들의 역사관이 단일하지 않고 분분하게 된다면 이는 나라의 미래에 큰 장애요소가 되며 사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염려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역사관이라는 게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이지 국가가 나서서 하나의 사관으로 유도하고 일방적인 역사관을 주입하는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이 논쟁에 소위 보수와 진보진영까지 가세했다. 보수진영은 교육부의 의견에 동조하는 입장이고 진보진영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검정교과서들은 필자들의 사관에 따라 역사적인 사실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학교에서는 이들 교과서들 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수업을 하게 되어 있다.

예나 지금이나 문제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며 입장이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서 역사 인식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부유물처럼 떠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제강점기에 관한 것일 테다. 여기에는 분명 우리의 역사가 인접해 있는 나라들인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바탕이 된다. 하나의 사실을 두고 바라보는 중국과 일본의 입장과 우리는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여기에는 전근대적인 국가주의나 민족주의가 건축물의 기초처럼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관을 비판하면서 동북공정을 획책하고 있고 일본은 과거사는 이미 모든 정리가 끝났으니 침략의 시간도 과거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일본 건설을 외치고 있다.

문제는 우리다. 우리는 중국의 동북공정 주장의 허황함과 일본의 침략 행위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현재성으로 해석해서 인지해야 하는 당연한 현실을 앞에 두고 있다. 이를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복잡다단하기 그지없는 역사 인식에 대한 문제를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해결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다.

친 중국파가 있었고 친일파가 있었다. 결사항전을 외치는 이들이 있었고 항복하자는 이들이 있었다.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있었고 경제 문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 입장들은 서로 얽히고설켜서 만수산 드렁 칡이었다. 당시의 당사자들은 이미 과거의 인물들이 되었고 그들의 시대는 이미 과거가 되었다. 역사에 거론되는 인물들인 그들에게서 직접 당시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우리에게 없다.

역사가 그 인식에 있어 견해차를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를 두고 논쟁은 계속되어야 하고 그래야 역사는 시간과 시절을 떠나 비로소 살아 있는 생물이 된다. 역사교과서를 하나로 만들면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면 역사는 생명을 잃는다. 제일로 위험한 노릇은 역사에 콘크리트를 쏟아 부어 화석을 만드는 일이다. 이런 엄청난 일을 이 나라의 교육부에서 하려고 한다.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이들은 대체 누구인가. 그들 몇몇의 역사관에 모든 국민들의 인식이 고정되어야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은 다양한 역사관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서로 대화하면서 더 넓은 현실의식으로 이를 고양해야 한다. 그럴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이는 근대 의식으로부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선조들의 죄과가 아닐 것인가. 나라의 미래는 온전히 저들의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는 이미 거기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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