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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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순<청주 용암2동 주민센터 주무관>
  • 승인 2015.10.1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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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박인순<청주 용암2동 주민센터 주무관>

‘정상과 비정상’이란 저서에는 다중인격 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과연 정상은 존재하는 것인지 묻고 대답하고 있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분위기와 날로 커지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개인주의 등으로 말미암아 현대사회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잠재적 정신질환자’사회로 부를 수 있다.

얼마 전 주민센터로 한통의 ‘불편한’ 민원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이 개를 학대하고 소란을 피워 다른 입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몇 차례 경찰에 신고해 해결해 보려고 했으나 출동한 경찰관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며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사람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주민들이 탄원서를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이 탄원서를 시청으로 보내는 방법으로 소란을 피운 민원인을 강제입원시킬 수 있다는 ‘유언비어’에나 올법한 해결책을 알려준 것이다.

안타깝게도 신고를 당한 민원인은 주민센터에서도 소란을 피워 공무집행방해로 처벌을 받은 이력이 있는 동일인으로 피해자가 필자였다.

아직도 경증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남아있는 상태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의식에서 밀어내고 있는 중에 그날을 떠올리게 하는 이 민원 전화가 내심 불편했다.

이 사례로 지인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정확한 병명은 진단을 받아봐야 하지만 대략 조현병(정신분열증, 피해망상, 환청, 현실검증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과 비슷함을 알 수 있었다.

경찰공무원 처지에서도 반복되는 고질 민원 처리방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고, 이 덕분에 고통받았을 주민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물론 그들도 문제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로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복지와 안전을 위해 혐오감과 불편함을 주는 소수약자를 강제격리로 해결하려 한 주민들의 의식에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일단 신고 민원에 대한 답변을 위해 강제입원 관련 법령과 규정을 찾아보고, 지역 내 장애인시설 담당자에게 질의하면서 나 또한 줄곧 골치 아픈(?) 민원인을 격리시킬 방법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복지’공무원이라는 필자의 신분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건강한 복지 측면에서 또한 정신적인 문제도 육체적 질병처럼 예방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문제라는 큰 틀에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2015년 7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보건법 24조에 대해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고 정신질환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위헌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과 앞서 법원도 해당 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현재 헌재에서 심리 중인 사실은 고무적인 일이다.

지역사회에서도 좀 더 전문적인 치유 프로그램을 마련해 정신질환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 등이 법적 안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 제정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반인의 인식개선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따뜻한 사랑, 관심, 지지, 격려다.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두려움에 노출되지 않고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은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나의 안전’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인권이 침해되고 그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묵인되어서는 안 되는 것도 분명하다.

다양한 해결책을 위해 함께 고민할 때, 답이 아닌 ‘길’이 보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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