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람이 희망이야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야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10.14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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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참으로 요지경 세상입니다.

잔소리 한다고 부모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아들이 있는가 하면, 살기 힘들다고 처자식을 죽이고 동반 자살하는 가장도 있습니다.

째려보고 반말한다며 멀쩡한 사람을 때려죽이기도 하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 옆에 있다가 어처구니없는 죽임을 당하는 억세게 운 나쁜 사람도 있습니다.

부자가 빈자를 무시하고, 유식한 이가 무식한 이를 조롱하며,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이를 핍박합니다.

그 놈의 돈이 뭐라고 어릴 때 죽고 못 살던 형제들이 원수가 되어 골육상쟁을 하고, 서민들이 어렵게 모은 돈을 사기 쳐서 갈취하고 보이스피싱해서 등쳐먹는 못된 놈들이 오늘도 도처에서 먹잇감을 찾고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배척하고, 약하고 어리숙하면 왕따 시킵니다.

타인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배만 채우려합니다.

인간의 이기와 욕심이 끝이 없습니다.

요즘 대한민국엔 대학 없는 고을이 없고, 성당이나 교회가 없는 마을이 없으며, 사찰 없는 산이 없습니다. 스승과 하나님과 부처님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 같은 사람, 짐승만도 못한 사람, 악마 같은 사람들이 자꾸만 늘어납니다. 세상을 더럽히는 악취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경계하고,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니 세상살이가 참으로 고단합니다.

그래도 지구를 살리고 세상을 정화시키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희망입니다.

희망은 사람의 향기에서 나옵니다. 향기 있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며, 아름다운 사람들이 세상을 밝게 합니다.

꽃이 아름다운 건 분명하지만 벌 나비가 꽃을 찾아오는 건 꽃의 예쁜 자태가 아니라 향기입니다.

사람도 이와 같아서 향기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향기는 얼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옵니다.

돈과 지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 씀과 행동거지에서 생성됩니다. 돈이 많다고, 유식하다고, 힘이 세다고, 잘 생겼다 하여 향기가 나는 게 아닙니다.

어진 이, 의로운 이, 배려심이 많은 이, 참사랑을 하는 이가 향기를 분출합니다.

꽃의 향기는 시들면 쉬 사라지지만 인간의 고매한 향기는 시공을 초월하는 내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가수 안치환의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자주 흥얼거립니다.

이 노래를 부르고 있노라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불안과 초조가 사라지고, 잊고 있던 꿈과 희망이 되살아나 가슴이 훈훈해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혼탁해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고, 사람이 희망이라고 위로합니다.

절로 사람과 참사랑에 대한 경외심이 우러납니다.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사랑/…’

노랫말처럼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지독한 외로움과 슬픔에 굴하지 않고 이겨낸 사람들이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고 메아리가 됩니다.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그대가 바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고 참사랑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대도 그러리라 믿습니다.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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