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익혀 먹어야 하는 이유
고기를 익혀 먹어야 하는 이유
  • 김민주 <충북교육과학硏 교사>
  • 승인 2015.10.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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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 김민주

아이가 태어난 지 36개월이 지난 지금에야 아버지가 된 느낌을 받는다. 지금까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잘 놀아주는 것 뿐이었는데 아이의 엄마가 복직을 하고 필자보다 더 일찍 출근을 해야 했기에 아이의 아침을 챙겨주고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을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하고 아이를 위해 고기를 구우면서 의문을 갖게 되었다. 쇠고기를 구울 때 아내는 바짝 익히라고 하고 질겨지는 고기를 씹어 넘기기 어려워하는 아이를 위해 조금 덜 익히고 싶은 마음이라 아침마다 고민이 된다. 고기를 익혀 먹어야 하는지 완벽히 익혀 먹지 않아도 되는지 같이 고민해 보자.

고기를 익혀 먹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기생충 때문이다. 소와 돼지에는 인간에게 옮겨지는 기생충이 있다. 특히 돼지에는 갈고리촌충과 그 유충인 유구낭미충이라는 기생충이 있는데 이것이 인간의 심장이나 뇌로 이동해 시력을 잃게 하거나 간질 발작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갈고리촌충은 사람 몸속에 있다가 대변을 통해 알이 밖으로 나오고 돼지가 그걸 먹으면, 또 돼지의 몸속에서 자라 돼지의 장을 뚫고 근육 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그 돼지고기를 먹으면 인간의 장 속에서 기생충이 성장하여 계속적으로 전파되는 경로를 갖게 된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더 이상 인분을 먹여 키우는 돼지가 없기 때문에 이 기생충에 대하여 안전하다고 발표하였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도 1989년 이후 유구낭미충에 감염된 돼지가 없으며 대한기생충학회 논문에서도 1971년까지 한국인의 1.9%에서 발견됐던 이 기생충이 2004년에 아예 사라졌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결국 우리가 먹는 소와 돼지고기는 기생충에 안전하다는 이야기이다.

고기를 익혀 먹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유통과정 및 손질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장균이나 포도상구균과 같은 균들 때문이다. 이러한 균들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들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소나 돼지고기를 덜 익혀 먹으려면 유통과정이나 손질과정에서 균들을 억제하여야 한다. 집에서 쓰는 도마나 칼등을 소독하여 균을 억제해야 하는 이유와 같은 것이며 이는 어느 가정집이나 음식점에서 겪고 있는 문제이다. 익혀 먹지 않는 음식들을 썰거나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꼭 소나 돼지고기에만 적용될 수 없는 것이라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주방의 위생이 청결하다면 소나 돼지고기를 완전히 익혀 먹지 않아도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외국은 이미 많은 음식점에서 미디엄으로 구운 돼지고기를 판매하고 있으며 음식 평론가들도 핑크빛 돼지고기를 선호한다고 보도되기도 한다. 오늘 밤에는 미디엄으로 구운 삼겹살을 먹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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