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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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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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기억되는 선생님으로
한 영 선 <칠금초교 교사>

결혼과 함께 타 시·군 전출발령으로 낯선 이 곳으로 오자마자 그동안 용케 피해왔던 6학년을 담임하게 되었다. 키도 크고 덩치도 커서 아이들 속에 들어가면 은근히 파묻히는 내 모습에 주눅들기까지 했었는데, 이를 어쩌나 하는 심한 부담을 안고 6학년 담임을 시작했다. 아이들과의 기싸움에 눌리지 않기 위하여 선생님 얼굴이 동안이어서 그렇지 군대간 아들이 있다며 나이까지 속였다. 결국 미니 홈피를 통해 들통 났지만 말이다.

보통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면 사람들은 항상 어리고 순수한 아이들을 상대하는 참 부러운 직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출근하자마자 해결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아이들에게 일어난 일 교통정리, 사건 취조 등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선생님, 이 숙제, 지금해요.' '그래, 오늘도 전투개시!'

하루하루 전투하는 심정으로 출근하지만 그동안 지내온 날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6학년 선생님만의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처음 3월 달에는 수업시간에만 너무 과묵한 아이들과 지도 내용이 많아 수업을 하는 나도 도무지 재미를 못 느꼈었다. 그러나 동학년 선생님들의 노하우와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과제를 제시하니 제법 재미있기도 하고 심도 있는 반응들이 나타난다. 이전의 저학년들 수업과는 다른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율동을 알려주면 유치해요 하면서도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신나라 하는 표정으로 따라하는 것을 보면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구나 싶다.

수학여행 가기 전 반 아이의 일기에는 자기들보다 우리 선생님이 더 들떠계시는 것 같다고 적혀 있었다. 정말 그랬다. 출발 전 밖에 나가면 선생님이 키가 작아 잘 안 보일 수 있으니 질서를 더 잘 지켜야 한다고 엄포를 놓으니 정말 소풍 나온 병아리 떼처럼 잘도 따라다녔다.

저학년 학생들은 무거운 걸 들고 가면 "선생님, 그거 뭐예요' 물을 뿐이었는데 우리 반 녀석들은 "선생님, 저 주세요. 낑낑대시기는.'하며 번쩍 들고 간다. 그럴 땐 어찌나 든든한지… 개구지고 때로는 영감같기도 하지만 정말 기특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또 한창 예민한 시기인데도 선생님이 조금만 마음을 보여주면 어찌나 비밀까지도 잘 새새거리는지 학년내의 애정관계지도가 금방 완성된다.

며칠 전에는 시내의 모 초등학교와의 학교 간 사이버상의 시비가 폭력사건으로까지 될 뻔한 아찔한 일도 있었다. 경위서를 쓰라고 했더니 그 이유인 즉 다른 학교 학생들이 우리학교를 비방해서 6학년으로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라고 한다. 다행히 네티켓의 중요성과 학교폭력에 대한 재교육을 통하여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낮보다 밤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이때, 이제 얼마 후면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조금은 어색하겠지만, 교복을 입고 다닐 것이다. 아이들이 먼 훗날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들춰볼 때 6학년 5반 41번, 한영선으로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친구같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길 욕심내 본다.

생각해 보니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나는 교사라서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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