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행정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행정
  • 임성재 <칼럼니스트·시민기자>
  • 승인 2015.10.1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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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임성재

2015년 충북도민 주관적행복지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충북참여연대 사회조사연구소가 2011년에 조사를 시작해서 5년째 발표하고 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충북도민의 행복지수가 59.7점(100점 기준)으로 작년보다 2.6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표과정을 보면서 씁쓸한 것은 자치단체들이 도민의 행복지수에 별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충청북도만 해도 ‘도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요란한 비전을 제시했었는데 ‘사즉생충(四卽生忠)’ 즉 ‘4% 경제 달성만이 충북을 살린다’며 4% 경제 달성에만 매진하는 듯하다. 4%경제를 달성하면 도민행복이 거저 굴러오기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행복지수가 등장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이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 세계가 경제성장에 매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때 발족되었는데 OECD국가들의 경제발전은 눈부셨다.

그런데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소득이 크게 늘어나면서 경제는 회복되었는데 사람들의 마음의 병은 날로 커져 자살, 범죄 등 사회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그러자 각국 정부는 경제성장만 추구해온 기존의 정책에 대해 반성하면서 국내총생산(GDP)만으로 측정할 수 없는 인간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OECD행복지수 평가를 만들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높고 출산율과 국민행복 부문이 크게 낮아 OECD국가 중 행복지수가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렇게 조사된 행복지수 순위를 살펴보면 경제력과 행복지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경제력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지만 경제력이 높다고 해서 행복지수가 꼭 높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예로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부탄을 들 수 있다. 히말라야산맥 기슭에 자리 잡은 부탄은 인구 73만 명에 국민소득은 3천불이 채 되지 않는 작고 가난한 나라다. 어떻게 이런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행복한 나라가 됐을까?

우리는 행복을 이야기할 때 부탄의 예를 들곤 한다. 그들이 행복하게 느끼는 것은 물질문명의 혜택을 경험하지 못해서라며, 부족함을 모르면 행복할 수 있다는 철학적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전혀 근거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부탄이 국민행복을 위해 쏟아온 노력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릴 것이다. 부탄은 세계최초로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지수를 만든 나라이다. 다른 나라들이 경제성장에 매달릴 때 부탄은 건강과 생태계보호 등 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한 정책을 우선으로 추진해왔던 것이다. 생태계 보존과 전통문화 교육을 가장 우선으로 삼으면서 국가가 국민에게 무상으로 토지를 나눠주고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실시하는 국가 정책이 있었기에 부탄국민들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작가 할레드 할레이니는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유일한 인간 삶의 목적이다.’라고 말한다. 느림과 전통, 환경보존을 중시하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부탄. UN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물질적 풍요가 곧 행복이라는 등식을 깨버린 부탄의 사례를 모델로 국민행복을 우선하는 정책개발에 나서고 있다.

‘함께하는 충북, 행복한 도민’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충청북도가 4% 경제달성이라는 경제지표에만 매달리지 말고 진정으로 도민의 행복을 우선하는 정책개발에 나설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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