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하천
내가 꿈꾸는 하천
  • 한승순<청주시 하천방재과 방재정책팀장>
  • 승인 2015.10.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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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한승순<청주시 하천방재과 방재정책팀장>

나는 유년기를 청주시 미원면에서도 아주 작은 산골진 마을에서 보냈다.

텔레비전이 막 보급되던 시절이라 기껏해야 마을에 한, 두 대밖에 없었고 밤에만 방영되던 시대라 아이들은 지금처럼 텔레비전을 본다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며 혼자 집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놀이터 삼아 온 종일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았다.

내 어릴적 마을 앞 개울은 그리 넓지는 않았어도 바닥에 모래와, 큰 돌 작은 돌들이 많았고 돌을 들추면 물고기들이 튀어나오고 올갱이들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었다.

물가에는 물을 좋아하는 물풀들이 숲을 이뤄 발로 꾹꾹 수풀을 누르면 중태기들이 쏟아져 나와 겨울철 사랑방 손님들의 안줏거리가 되어주었고, 봄이면 미나리, 거름대 나물들이 물가에 소복이 올라와 소박한 밥상 위에서 향긋한 봄내음을 전해 주었다.

여름철 놀이거리는 단연 개울에서 멱감기였다. 지금처럼 선풍기 에어컨이 있었을 리 만무한 시절이라 여름 더위를 식힐 거리는 개울에서 첨벙대며 노는 물놀이가 전부였다.

그래서 지금처럼 체계적으로 수영을 배우지는 못했어도 웬만하면 어릴 때부터 개헤엄이라는 것을 다 할 줄 알았다.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은 하천은 썰매장으로 둔갑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얼음을 지치고 썰매를 타며 무료한 겨울을 달랬다.

그렇게 하천은 없는 살림에 보탬을 주고, 만남의 장소이며.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공간이었으며 가재, 개구리, 소금쟁이 그리고 온갖 물고기들의 서식처이기도 하였다.

그런 하천이 언제부터인가 변하기 시작하였다. 회색콘크리트가 개울가에 척척 칠해지더니 중태기, 개구리들의 서식처인 풀숲은 사라지고, 연중 흐르던 개울물은 조금만 가물어도 바닥을 희멀거니 드러내 보이니 그 많던 가재, 물고기들도 자연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자연친화적 하천조성사업이 본격 시작되어 하천환경정비사업, 생태하천 조성사업, 고향의 강 사업, 물순환형 하천정비사업 등 지역 여건 및 하천 특성에 맞춰 자연친화적 하천조성을 위한 다양한 하천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청주시에서도 ‘무심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무심천을 만들기 위해 생태공원 산책로 및 쉼터조성, 어류서식지, 세월교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또 다른 사업으로 ‘무심천 추억의 썰매장 조성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겨울철 놀거리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무심천 둔치에 썰매장을 조성한 후 썰매를 무료 대여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요즘 날씨는 기상이변으로 종잡을 수가 없어 올겨울 날씨가 추워 얼음이 꽁꽁 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날씨가 푹하면 시설만 해놓고 얼음이 얼지 않아 예산만 낭비하기 십상이다.

필자는 생각해본다. 고향의 강이란 과연 어떤 강이어야 하고, 우리가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미래의 하천은 어떤 형태의 하천이어야 할까를….

특정지구를 지정하여 시설물을 설치하기보다는 하천이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생명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자연공간으로 되살아났을 때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년시절 내가 놀던 하천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그런 하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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