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는 나무들의 통곡소리를 허투루 듣지마라!
청주시는 나무들의 통곡소리를 허투루 듣지마라!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10.1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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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타임즈 시사펀치

청주 상당산성의 남다른 정취를 대표하던 느티나무가 졸지에 사라졌다.

이곳 산성방죽의 여수로 공사를 하는 청주시가 공사의 편의를 위해 베어 버렸다고 한다. 이 소식을 충청타임즈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여러 시민들은 큰 충격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우선 청주시가 밝힌 이 나무의 제거 이유부터가 황당하다. 느티나무 뿌리가 저수지 둑에 균열을 만드는 바람에 물이 아래 주차장 쪽으로 누수되면서 민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곳 저수지는 규모가 작아 안전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다. 문제의 나무가 정히 걸림돌이 된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대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식이라면 대한민국 저수지에 자생하는 모든 나무는 당장 싹 베어버려야 할 판이다.

베어진 느티나무는 현재 청주의 명소가 되고 있는 산성마을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그 남다른 수세와 자태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받아온 지 오래다. 때문에 이 마을의 당산나무쯤으로 여겨지며 주말 산행인이나 관광객들의 기념사진 배경으로도 손꼽혀 왔다. 결국 이 마을의 지킴이 내지 수호신을 베어버린 꼴이 됐으니 그 후환이 걱정될 정도다.

나무에 대한 청주시의 무모한 대접(?)은 이 것만이 아니다.

이미 숱한 논란을 빚었던 청주시내 차없는 거리의 소나무가 대표적인 사례다. 청주시는 이곳 도심에 지난 2011년 무려 예산 30억원을 들여 100년 된 소나무 15그루를 심었다가 시책추진의 큰 낭패를 맛보았다. 이 나무들은 강원도 홍천에서 가져온 것으로 나무의 구입에만도 한 그루당 1300만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한데 4년이 지난 지금은 달랑 한 그루만이 남아 도심의 빌딩 숲속에서 수액주사를 맞으며 고통스럽게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다.

처음부터 전문가 및 각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지만 청주시는 100년된 금강송과 문화가 어울리는 시의 랜드마크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며 보식까지 강행했지만 고스란히 실패했다. 소나무의 식생을 무시한 채 도심에 거목을 심음으로써 채 1년도 되기 전에 말라죽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청주 도심에는 시멘트와 보도블럭 틈바구니에 나무들이 상식없이 심겨진 채 그야말로 힘들게 버티고 있는 현장이 여러 곳 목격된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문제의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여유는 커녕 답답함만을 느낄 뿐이다. 안쓰러움을 넘어 인간들의 야만성마저 자책하는 것이다.

이번 상당산성 저수지의 사례는 청주시가 나무, 아니 자연에 대해 얼마나 무심하고 무책임한 지를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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