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늙으면
남편이 늙으면
  •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10.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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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세 번째 이야기는 제19조사 구마라다(鳩摩羅多)가 법을 얻으신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제19조사 구마라다가 가야사다를 만나서 법을 얻으시고 그 뒤에 중인도에 이르시니 거기에 사야다라는 대사(大士) 한 분이 있었다. 사야다가 물어 말하기를 “우리 집의 부모가 일찍 삼보(三寶)를 믿되 항상 병에 걸리고 무릇 하는 일도 다 뜻과 같이 되지 아니했다. 그런데 우리 이웃집의 사람은 오랫동안 전다라행을 하되 몸은 항상 용감하고 건장하여 하는 일마다 잘 되니 저들은 어찌 행복하고 우리는 어찌 불행합니까?” 구마라다 존자께서 답하기를 “어찌 족히 의심하느냐? 또한 선악의 과보는 삼세(三世)가 있거늘, 보통 사람들은 다만 어진 사람이 빨리 죽고 사나운 사람이 장수하며,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좋고, 의로운 사람이 흉한 것만을 보고 문득 ‘인과가 없고 죄와 복이 허망하다’고 말하면서 자못 그림자와 메아리가 서로 따르는 것이 터럭 끝만치라도 어긋나지를 않아서 비록 백천만겁을 지날지라도 또한 없어지지 않는 것을 알지 못한다.” 사야다가 이 말을 듣고 난 다음에 그 의심을 단박에 풀어버렸다.

삼보(三寶)는 불보(佛寶) 범보(法寶) 승보(僧寶)이다. 사야다가 자기 부모는 삼보(三寶)를 믿는데도 무슨 허물이 있어서 항상 몸이 건강하지 못하고 병치레를 많이 하고 하는 일이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치고 곤란이 많아 뜻대로 잘 되지 않고, 이웃에 있는 소나 개·돼지를 잡는 백정들은 왜 잘 먹고 기운도 좋고 병도 안 나고 일도 잘 하고 돈도 잘 버는지를 물었단다.

구마라다께서 그런 것은 의심할 것이 못 된다고 하셨다. 착한 일을 하면 좋은 과보가 있고 나쁜 일을 하면 나쁜 과보가 있게 되는 것은 삼세(三世·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는 것이겠다. 이는 선악(善惡)의 업보는 인과응보라는 것 아니겠는지.

공자는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이라, 천리에 순종하는 사람은 흥하고 천리를 거역하는 사람은 망한다”고 했지만 세상에서는 그 반대의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어진 사람이 장수를 해야 하는데 어진 사람이 빨리 죽는 경우가 많이 있었단다. 공자의 상수제자 안연, 염백우 등은 착한 분들인데 다 일찍 죽었단다. 그런 것이 역길의흉(逆吉義凶)이겠다.

우암 송시열의 사촌인 송동춘이 첫날밤 자기 부인의 지혜가 어떤가를 한 번 보려고 “삼종지도(三從之道)가 무엇이냐고”고 물었단다.

삼종지도는 ‘친정에 있으면 자기 아버지를 따라서 살고, 또 출가하면 자기 남편을 따라서 살고,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라서 산다’는 말을 바꾸어서 “남편이 늙으면 아들을 따라 산다”고 했단다.

그래서 송동춘이 과연 지혜가 있는 부인이라고 해서 굉장히 사랑하고 극진하게 대우를 했다고 한다. 좋은 일에는 좋은 결과가, 나쁜 일에는 나쁜 결과가 따른다는 인과응보. 대인군자와 살만한 부인은 역시 그만한 짝이 되어야 된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는 구마라다 존자가 “선악의 업보는 삼세(三世)가 있다”고 설명한 것처럼 금생에는 안 받아도 내생이나 내내생에 받는다는 것이겠다. 그렇기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말할 수가 없다는 것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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