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마종기
가벼워진다
바람이 가벼워진다
몸이 가벼워진다
이곳에
열매들이 무겁게 무겁게
제 무게대로 엉겨서 땅에 떨어진다
오, 이와도 같이
사랑도, 미움도, 인생도, 제 나름대로 익어서
어디로인지 사라져간다.
#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라지만 비우고 버릴 줄 알아야 진정한 가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우고 비워서 스스로 가벼워지는 일. 무거워 무거워서 스스로 땅에 떨어지는 일. 그 모두가 익을 대로 익어 제 길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삶도 가을이란 윤회 앞에 비우고 버리며 사라지는 준비의 시간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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