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청주시청사 논의 이대로 좋은가
통합청주시청사 논의 이대로 좋은가
  • 임성재<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5.10.0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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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지난 9월 23일 ‘통합시청사 리모델링 타당성조사 연구’발표가 시민공청회라는 이름으로 청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렸다.

통합청주시청사 건립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임에도 추석연휴를 이틀 앞두고 열린 것이나 장소가 시민들에게 생소한 남일면에 있는 농업기술센터라는 점, 그리고 시민공청회라는 형식에 걸 맞는 홍보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보면서 청주시가 이번 공청회를 그저 형식적인 절차로 때우고 가려 한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이번 조사는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이 청주시민을 대상으로 1대 1 면접조사 597명과 ARS전화 조사 504명 등 1101명을 조사했다. 두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현 시점에서 신청사 신축’이 25.9%, ‘현시점에서 기존 건물 리모델링 활용 후 신청사 신축’이 58.7%, ‘잘 모름’이 15.4%로 나왔다.

현 청사를 리모델링해서 10년 정도 사용한 후에 청사를 새로 짓자는 청주시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다. 또 진행과정에서 충북참여연대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리모델링을 원했다는 설명을 곁들였으니 청주시는 큰 힘을 얻은 셈이다.

개인의 의견을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리모델링을 주장한다.

빚을 내가면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청사를 새로 짓기보다는 그 돈을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쓰는 것이 훨씬 값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충북참여연대가 주최한 통합청주시청사관련 토론회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리모델링을 주장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조사에서 나온 ‘현시점에서 기존 건물 리모델링 활용 후 신청사 신축’이라는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

첫째는 청주·청원 통합시청사가 갖는 상징성을 청주시가 망각했다는 것이다. 청주·청원 통합은 청주시민과 청원군민들이 3차례의 실패과정을 거치면서 18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이뤄낸 결과이다.

1994년에 통합논의를 시작해서 2012년 6월 청원군민들의 투표로 통합을 결정할 때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넘어 이뤄낸 민의의 승리였다. 통합시청사는 이러한 통합의 상징물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청주·청원 통합추진위원회는 2년 동안의 논의를 거쳐 통합청주시청사를 현 위치에 신축하는 것으로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그 합의 사항을 바꾸려한다면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청사 신축을 결정할 때와 같은 논의과정을 다시 거치면서 시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것이 옳다. 시장 한 사람의 생각과 한 마디로 결정될 일이 아닌 것이다.

둘째는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활용한 후 10년쯤 후에 신청사를 새로 짓겠다는 발상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리모델링을 지지하는 이유는 신축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리모델링을 해서 사용하다가 10년 후에는 다 헐어내고 청사를 새로 짓겠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10년 동안 신축공사 비용 2천억 원을 모아서 신청사를 짓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157억 원에서 많게는 471억 원까지 드는 리모델링 비용을 날려버리지 말고 먼저 신청사를 짓고 10년 동안 그 빚을 갚아나가면 리모델링 비용은 절약되는 것은 아닌가. 이런 것을 먼저 시민들에게 물어야 되지 않을까?

이번 조사의 설문도 청주시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유도하도록 만들어 졌다는 생각을 떨쳐 낼 수 없다.

통합청주시청사는 통합청주시의 상징이다. 신축이든 리모델링이든 리모델링 후 신축이든 어느 개인의 의중에 따라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청주시는 시민 의견을 듣는 절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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