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숙자 작품비 제막에 부쳐
반숙자 작품비 제막에 부쳐
  • 김기원 <편집위원·문화비평가>
  • 승인 2015.10.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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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 청주대겸임교수

 

지난 개천절 날 ‘수필가 반숙자 작품비 제막식’이 있었다. 반숙자 선생의 대표작인 ‘몸으로 우는 사과나무’ 작품비가 음성 설성공원에 세워져 지역 문화자산이 되었다.


음성 청소년문화의집 앞에 세워진 사과 모양의 작품비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설성공원을 자주 찾던 단아한 반 선생의 외모를 닮아 있어 보기 좋았다.

하늘도 밝은 햇살과 청량한 바람으로 축복해 주었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경향각지의 문인들과 지역주민들의 진정어린 축하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비가 어느 독지가나 군비 지원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음성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결 고운 뜻과 정성으로 세워졌기 때문이다.

반숙자 수필가는 1939년 음성에서 출생했고 음성에서 작품 활동을 해온 우리나라 3대 수필가로 추앙받는 지역의 문화자산이다.

1981년 한국수필과 198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첫 수필집 ‘몸으로 우는 사과나무’를 비롯해 최근에 발간한 ‘거기 사람이 있었네’ 까지 총 6권의 수필집과 2권의 선집을 상재했다.

충분히 상찬 받을 만한 수필계의 거목이자 훌륭한 후학들을 길러낸 지역의 큰 어른이다.

반숙자 작품비가 주목받는 것은 작품비 건립의 자발성과 건립 장소에 대한 음성군의 적극적인 협조에 있다.

음성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반숙자 문학비를 건립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추진위원회(회장 강희진)를 결성해, 2014년 12월 18일 ‘반숙자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인터넷카페를 개설하여 공개적으로 모금활동을 펼친 결과 2015년 3월 2일 1000만원의 목표가 달성돼 본격적인 문학비 제막에 들어갔다.

추진위는 102명의 성금 참여자와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모아 최종적으로 ‘몸으로 우는 사과나무’ 작품비 제막에 들어갔고, 제막장소도 음성군과 협의하여 다중이 이용하는 설성공원 내 청소년문화의집 앞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의 산물이라 타 지역 문학비 건립에 귀감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제막식은 작품비 개막 테이프커팅이 있은 후 경과보고에 이어 이필용 음성군수와 필자의 축사 그리고 작품 낭송과 축시 낭독, 임찬순 시인의 작품해설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대미를 장식한 반숙자 선생의 답사가 압권이었다.

오늘의 영광을 지역의 문인들과 남편에게 돌린다는 그의 울먹이는 답사는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고, 그의 절제된 언어는 대수필가의 깊은 내공을 엿보기에 충분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요즘 너도 나도 책을 내듯이 지역마다 단체마다 문학비를 경쟁하듯 남발하고 있다. 심지어는 돈벌이의 수단으로 유치, 활용되기도 한다. 돈만 있으면 개나 소도 세우는 문학비는 분명 문제가 있다. 문학비나 작품비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때 신중히 공론화하여 설치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비석 자체가 지역에 길이 남을 훌륭한 예술품이 되도록 새길 작품과 잘 어울리게 디자인하고 섬세하게 조각해야 한다. 조잡하고 남발되면 납골당처럼 흉물이 되고 애물단지가 된다.

좋은 문학비는, 기념비적인 작품비는 지역의 문화관광 자산이 된다. 문학비를 보면서 후학들이 꿈을 키우고 외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관광상품이 된다. 지역의 보물단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연 그럴 것이냐를 깊이 성찰한 후 착수해야 한다. 졸부들이나 행세하는 집안들이 조상 묘에 비석 세우듯 하면 세간의 웃음거리만 되고 만다.

음성군은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자랑스러운 고장이다. 비수도권에서 인구가 늘고 있는 몇 안 되는 탄탄한 지자체이지만 문화관광 분야에서는 내놓을 만한 이렇다 할 자산이 별무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문화예술계의 반기문을 키워내야 한다. 지역에 문화 예술적 품격과 향기가 고양될 때 진정한 명품 지자체가 된다. 반숙자 작품비가 그 서막이 되기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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