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모성, 엄마가 위험하다
무너지는 모성, 엄마가 위험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10.04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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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지구촌시대가 되면서 눈 뜨면 끔찍한 사건·사고가 아침을 도배한다. 뉴스 보기가 겁날 정도로 불안한 시대이다. 그럼에도, 최근의 사건들을 보면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어나선 안 될 일들이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생후 두 달도 채 안 된 딸을 살해한 40대 엄마가 구속되면서 사회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결혼한 지 12년 만에 어렵게 얻은 딸이었지만 엄마의 손에 죽임을 당해야 했다. 남편과의 불화가 화근이었다고 한다. 귀한 생명을 탄생시킨 엄마에서 자식을 살해한 엄마라는 나락에 떨어진 그녀는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겠다는 남편 말에 함께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엇나간 모성이 저지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에는 6살 아들을 죽인 30대 엄마가 긴급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의 손을 테이프로 묶고 입을 막은 채로 욕조에 넣어 익사시킨 혐의다. 살해 이유를 보면 남편만 따르는 아들이 미워서였다고 한다. 미움의 기저에는 남편과의 불화와 우울증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무분별의 희생양은 어리디 어린 생명이었다.

지난 7월에는 청주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30대 엄마가 저지른 존속살해 사건도 남편과의 말다툼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산후우울증을 앓던 그녀는 자신이 죽은 뒤 아들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까 봐 6살 된 아들을 목 졸라 죽였다고 진술했다.

육아와 관련된 존속살인이 생명을 탄생시킨 어머니의 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존속살해를 극히 소수 사례로 치부하지만, 천륜이 무너지는 현상을 간과할 수 없게 하는 보고서가 발표된 바 있다.

2014년 서울경찰청이 발표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약 8년 동안 자식을 살해한 사건이 230건에 달한다고 한다. 1년 평균 30여 건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존속 살해의 피의자는 46%가 어머니였으며,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는 가장 안전해야 할 모성이 가장 위험한 모성으로 전환될 소지가 크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생명을 살리는 모성 본능마저도 굴절된 채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모성을 위협하는 요소에는 분명 개개인의 가치관을 첫손에 꼽을 수 있겠지만, 개인의 과녁을 벗어난 지 오래다. 사회적 약자로 남은 가정주부란 호칭은 모성조차 약자로 만드는 구조적 문제점을 낳고 있다. 남편과의 불화가 그렇고, 경제적 지위가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잊을 만 하면 들려오는 존속살인은 사건이 사건인 만큼 사회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세계인류사에서 가장 큰 버팀목을 꼽으라면 모성이다. 생명을 낳은 어머니는 모성 그 자체다. 생명의 근원이다. 그러나 무너지는 모성 앞에 가정도 사회도 모두 불안한 시대가 되었다. 미물도 제 새끼를 지켜내는 모성 본능이 인간에게서 흔들린다는 것은, 어머니의 존재가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은, 생명의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다. 모성의 위기는 가족공동체의 위기이자, 사회공동체의 위기요, 전 인류의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인문의 위기 속에서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대안없이는 모성의 회복도 쉽지 않을 것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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