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빛 치마
붉은 노을빛 치마
  •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10.0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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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두 번째 이야기는 제18조사 가야사다(伽耶舍多) 동자가 득도한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제18조사 가야사다 동자께서 거울을 가지고 밖에 나가서 놀다가 승가난제 존자를 만나 득도(得度)했다. 그후 교화를 펴다가 큰 월지국에 이르렀다. 가야사다 존자가 한 바라문의 집에 이상한 기운이 있는 것을 보고 곧 그 집에 들어가려 하니 집주인 구마라다가 묻기를 “이 어떤 무리들이냐?” 가야사다가 대답하기를  “부처님의 제자이니라”하였다. 부처님의 제자라는 말을 듣고 구마라다는 정신과 마음이 아찔해서 즉시 문을 닫아버렸다.

가야사다 존자가 조금 있다가 스스로 그 문을 두드리니 구마라다가 말하기를 “이 집에는 사람이 없다.” 가야사다 존자가 말하기를 “없다고 답한 사람은 누구냐?” 구마라다가 그 말을 듣고 이상하게 여겨서 곧 문을 열고 영접하자 가야사다 존자가 말하기를 “옛날에 세존이 수기하여 말씀하시기를 ‘내가 열반에 든 지 천년 후에 큰 보살이 월지국에 출현하여 부처님의 법(玄化)을 이어서 높인다.’고 하셨으니 지금 네가 이 아름다운 운에 부응했도다.” 그때 구마라다가 숙명지를 발하여 스님에게 투신하여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아 법을 부촉하신 뒤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종(種)이 있고 마음 땅이 있음에/ 인연으로 인해 능히 싹이 발함이라.  인연에 서로 걸리지 아니하니/ 발생함에 당해서 낳았지만 낳은 것 아니네.

가야사다 존자께서 법을 부촉해 마치시고 몸을 허공에 솟구쳐서 불로 변화하여 스스로 태우셨다.

기(記)는 두 가지로 말할 수가 있단다. 예기(豫記) 즉 미리 말한다는 뜻도 되고, 법에 대해서 예언하는 수기(受記)라는 뜻도 있겠다. 또한 수기(授記)란 그 사람이 언제, 어느 때 도를 이루고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언한 것을 말한단다.

마음이 밭이라면 거기서 곡식을 심는 것이 연종(緣種)이다. 여러 가지 인연에 의해서 곡식이 발아(發芽)가 되어서 성장하는 것처럼 연종(緣種)이 인연으로 발아가 되고 발생하여 낳지만 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겠다.

다산 정약용은 천주교를 믿었던 죄로 1801년 마흔 나이에 전남 강진으로 귀양을 갔다. 경기도 양수리 마재에 남았던 아내 홍씨는 남편 귀양 10년째 되는 해 자기가 시집올 때 입었던 치마를 남편에게 보냈단다. 그 치마에 다산이 아들들에게 주는 당부의 말을 쓰고 이를 재단하여 책자처럼 만든 것이 ‘하피첩’이겠다. 다산은 치마 한 조각을 남겨 매화와 새를 그려서 족자를 만들어 시집가는 딸에게도 주었단다.

"부지런함과 검소함 이 두 글자는 좋은 밭이나 기름진 땅보다 나은 것이니 한평생 써도 닳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 치마에 아버지가 따뜻한 사랑을 담아 쓴 이 글씨. 세상에서 이보다 값진 보물이 있을까. 이는 가야사다 존자가 “아름다운 운에 부응했도다.”처럼 2005년 폐품 모으는 할머니 수레에 있던 이상한 책. KBS 진품명품 감정위원 고미술가 김영복은 그 책을 보는 순간 “덜덜 떨렸다”고 했단다. 그 책은 다산의  하피첩이였겠다.  바로 그런 천운으로 국립박물관에 보금자리를 잡았다고 하니 이제 다산 부부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붉은 노을빛 치마’란 뜻이 담겼다. 는 이 하피첩은 더 이상 세상을 떠도는 일이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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