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엘보우
테니스 엘보우
  • 홍석기<청주마디신경외과 원장>
  • 승인 2015.10.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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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병원에 오는 환자군이 있다. 바로 팔꿈치 통증 환자들이다. 요즘은 매체의 발달로 대부분 자가 진단을 내려서 온다. 동네 아주머니들도 다 안다는 그 유명한 ‘테니스 엘보우’ 환자들이다. 재미있는 점은 동네 아주머니들은 다 알지만, 젊은 아가씨들은 잘 모른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이 병은 과거에 손을 많이 쓰는 일을 했던 사람, 또는 현재 손을 많이 쓰는 사람에게서 발병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년 이상의 어머니들은 경제활동 외 잡다한 집안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 집안 살림이라는 것이 손을 쓰지 않으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아이들 어느 정도 키워놓은 40~50대 중년 여성에게서 잘 나타나고 이 연령대가 되면 본인이 아니라도 주변 사람 중에 테니스 엘보우 환자가 한두 명쯤 있게 된다.

테니스 엘보우의 주된 증상은 팔꿈치 바깥쪽의 통증이다. 힘을 쓰거나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특징적으로 통증을 느끼는데, 예를 들어 가벼운 종이컵은 쉽게 들어 올리지만, 무거운 머그잔에 커피가 가득 담겨 있으면 팔꿈치 통증 때문에 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 병이 진행되면 주먹을 쥐기만 해도 팔꿈치가 아프고, 머리를 말리기 위해 헤어 드라이기를 드는 것조차 힘들고 불편해진다. 힘줄에 석회화가 생기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맨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에 실제로 밥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자다가도 통증 때문에 잠을 깨거나 정지된 자세에서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기만 해도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므로 환자가 느끼는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테니스 엘보우라는 병의 정식 명칭은 ‘상완골 외상과염’이다. 이름의 마지막 글자(염)에서 보듯이 염증이 주된 원인이라고 알려져 왔다. 반복적인 손의 사용으로 팔꿈치에 염증이 생겼고 이 염증 때문에 통증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치료는 염증을 없애는 방법을 선호하게 된다. 예를 들어 흔히 먹게 되는 진통 소염제, 뼈 주사로 잘 알려진 스테로이드 주사 등이 직접적으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다.

오랫동안 시행되어 온 치료방법임에도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첫째 근본적인 치료가 잘 안 된다.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으면 일시적으로는 증상의 호전이 생기는 데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주사의 효과가 떨어지면 다시 아파지는 경우가 많다.

둘째 반복적인 스테로이드 주사는 결과적으로 병의 경과를 더욱 나쁘게 만든다. 셋째 염증을 가라앉히는 경구약이나 주사제는 필연적으로 약물 부작용을 가져온다.

이처럼 기존의 소염치료는 그 한계와 단점이 분명하기에 새로운 치료 방법이 다양하게 시도됐고 최근에는 한계를 일부 극복하고 단점을 보완한 좋은 치료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시도는 테니스 엘보우의 원인이 힘줄에 생긴 염증이 아니라 반복적인 과사용에 따른 힘줄의 퇴행성 변화 때문이라는 새로운 시각 때문에 더욱 지지를 받고 있다. 힘줄의 퇴행성 변화는 힘줄의 손상으로 이어지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힘줄 내 석회화 물질이 침착되어 석회성 건염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손상된 힘줄을 근본적으로 재생시키는 체외충격파나 프롤로 치료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고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테니스 엘보우는 손을 많이 쓰는 성인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병이다. 과거에는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고질병으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재생치료를 이용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치료는 환자 스스로의 노력 즉 손을 반복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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