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지지 않는 야생(4)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4)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5.10.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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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 앞에서

하늘 나는 꿈을 꿉니다. 팔을 양옆으로 활짝 펴고 천천히 날다가 저만큼 지상 아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내려다봅니다. 몹시 분주합니다.

무엇이 저리도 바쁜지 쉼 없이 움직입니다. 솔개처럼 멈춰서 내려다보면 그것들은 마치 개미와 비슷하죠. 좀 더 가까이 보고자 하강합니다. 스치는 바람이 참 감미롭습니다. 귀에 닿도록 두 팔을 앞으로 쭉 펴고 초고속으로 하강합니다. 강한 공기 저항으로 온몸이 떨어져 나가는 듯하지만 기분은 최고죠.

땅 가까이에는 나보다 훨씬 작은 새들이 떼로 날고 있군요. 날 따라붙으려 하지만 턱도 없죠.

그들이 백 번을 까불거려야 한 번의 내 날갯짓만 못하니까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장난감 같은 자동차 안에도 성냥갑 같은 빌딩상자 속에도 개미같이 움직이는 인간들이 꼼지락거리고 있습니다. 요지경 속이군요.

굽이굽이 끝없이 굽이치는 아마존, 내내 목마른 사하라, 대평원 세렝게티 초원, 그리고 오대양을 지나 한반도 그 중심께쯤 2층 집 대추나무가 마당을 뒤덮은 곳에 진돗개가 지키는 다섯 쌍의 새들이 보입니다.

우리 집이군요. 꿈이었습니다.

글쎄요. 전생에 나는 새가 아니었는지….

그것도 우주를 오가는 거대한 새. 잉꼬는 우리 집 새 중에 덩치가 제일 큰데 울음소리도 몸집만큼 크고 시끄럽습니다. 다른 새들과 달리 둥지를 틀지 않아 나무로 된 알통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금실 좋은 부부를 잉꼬에 비유하는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입맞춤을 하고 서로 몸을 비벼대며 털 고르기를 해줍니다.

몸집이 잉꼬보다 조금 작은 문조는 선비새입니다. 흰 물감보다 희다는 눈만큼 하얀 백문조로 울음소리가 방울 굴러가 듯 곱고 얼마나 깔끔을 떠는지 둥지에 티겁지 하나 없죠.

카나리아는 기르기가 가장 까다롭습니다. 다른 새들은 지장이 섞인 좁쌀만 줘도 되지만 카나리아는 들깨와 달걀 노른자를 모이 외에 더 주어야 하지요. 또 기후변화에 약하여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우리 집 카나리아는 붉은색입니다. 십자매는 말 그대로 열 자매 마다치 않고 어느 새와도 잘 어울려 지내는 성격 좋은 새지요.

성격이 그래서인지 금화조처럼 알을 잘 품지 못하는 새들의 알을 대신 품어 부화시켜주는 대리모 역할도 잘하지요. 목욕을 좋아해서 꼭 식수 외에 욕탕그릇에 물을 가득 채워줘야 하는데 그런데도 둥지 등 아무 데나 배설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어요.

사람들이 제일 많이 기르는 관상조로 울음소리는 아름답죠. 가장 작은 몸집의 금화조입니다. 참 예쁜 새인데 특히 금화조 수컷은 원앙 수컷의 축소판인 듯 아주 멋지죠. 정신없을 정도로 분주히 움직이는 게 활발하고 명랑하다고나 할까.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며 작은 소리로 쉼 없이 재잘거리는 부지런한 성격입니다. 매우 까시러 저 다른 새와 잘 다투고 작지만, 저보다 몸집이 큰 새들도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괴팍한 성격을 가지고 있죠.

이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은 관상조일 뿐 애완은 아닙니다. 매일 모이를 주고 물을 주는데도 가까이 가면 푸드덕 거리며 몹시 경계를 해요. 동물들을 길들이려면 계속적인 반복 훈련이 필요하죠. 똑같은 방법을 연속하다 보면 습관화가 되는데 이때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먹이를 이용합니다. 우선 배가 고프게 굶긴 다음 한 동작이 성공하면 아주 작은 양의 먹이를 제공합니다. 이 방법은 개나 고양이, 돌고래, 매를 길들일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 방법으로도 안 통하는 게 조류입니다.

아무리 반복훈련을 해도 도통 들어 먹히지 않아요. 그래서 새대가리니 닭대가리란 말이 나왔나 봅니다. 그래서 애완이 될 수 없고 관상일 수밖에 없나 봐요. 사람 중에는 조류와 같은 사람도 있지요. 분명 부끄러운 일임에도 당사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혹은 부끄러워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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