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이 된 메뚜기
멸종위기종이 된 메뚜기
  • 우래제 교사 <청주원봉중학교>
  • 승인 2015.09.3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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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황금물결 들판에 벼베기가 한창이다. 지금은 콤바인이 지나가면서 벼베기며 타작까지 일사천리로 수확하지만 예전에는 일일이 낫으로 베어서 낟가리를 만들어 말린 다음 타작을 하였다. 이 벼 낟가리에 가면 벼메뚜기가 몰려 있어 아주 수월하게 메뚜기를 잡을 수 있었다. 힘든 일을 하면서 어른들이 마신 막걸리 주전자에 잡아넣기도 하고 강아지풀 이삭을 뽑아 꿰어서 가져오기도 하였다. 이렇게 잡은 벼메뚜기는 맛있는 간식이기도 하고 반찬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금 벼메뚜기는 다 어디를 간 것일까?

메뚜기는 메뚜기목 메뚜기아목에 속하는 곤충을 통틀어 말하거나 벼메뚜기 한 종을 부르는 말이다. 뒷다리는 뛰는데 알맞게 발달하였으며, 청각기나 발음기를 가진 종이 많다. 메뚜기는 땅속에서 무더기로 된 알로 월동하는데 번데기가 없는 불완전 변태를 한다.

벼메뚜기는 주로 벼과 식물의 잎을 먹는 해충으로, 대발생할 경우 다른 농작물에도 피해를 준다. 날씨가 건조해지면 번식률이 높아져 집단으로 먹을 것을 찾아다닌다. 반대로 날이 습하면 알이 부패하여 번식률이 낮아진다. 메뚜기 떼에 의한 피해는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에 나올 정도이며 지금도 중동지방을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메뚜기로 인해 큰 농업피해를 보고 있다. 한 무리가 1,000억 마리까지도 되는 사막 메뚜기들은, 하루 자기 몸무게 분량의 2배나 되는 작물을 먹어치우는 식욕을 지녔으며 1톤의 메뚜기 떼가 하루에 사람 2500명분 식량을 먹어치운다고 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메뚜기의 피해는 중국을 무대로 쓴 펄벅의 ’대지’에 잘 묘사되어 있다.“남쪽 하늘에 검은 구름처럼 지평선 위에 걸려 있더니 이윽고 부채꼴로 퍼지면서 하늘을 뒤덮었다. 세상이 온통 밤처럼 캄캄해지고 메뚜기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그들이 내려앉은 곳은 잎사귀는 볼 수 없고, 모두 졸지에 황무지로 돌변했다.” 우리나라에도 삼국사기의 기록에 보면 삼국시대에 총 27회에 걸쳐 메뚜기 떼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데 새들도 건너기 힘든 황해를 건너 우리 한반도까지 날아왔다는 사실은 좀 이상하다. 메뚜기 떼의 공격이 사실이라면 역사의 이면에 숨겨진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닐까?

어찌되었건 이렇듯 흔하던 벼메뚜기도 현재는 농약의 대량 살포와 환경오염으로 멸종위귀종이 되었다. 요즈음 메뚜기가 기호 식품과 술안주용으로 이용되어 인공부화를 통한 대량 사육이 시도되고 있다고 하는데, 메뚜기를 먹는 것보다 메뚜기가 먹을 수 있는 벼와 볏짚에서 생산된 쌀과 우유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곳을 찾아 메뚜기 한 사발 잡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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