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신문고 `준법집회'
현대판 신문고 `준법집회'
  • 유재욱 청주상당署 순경
  • 승인 2015.09.3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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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오늘날 우리가 온종일 손에 쥐고 사는 것이 있다. 스마트폰이다. 새벽녘 대문 앞에 놓인 신문을 집어 활자내음을 맡아가며 지난밤 소식을 읽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최신 뉴스를 접한다. 이런 변화 탓에 우리는 더욱 다양한 목소리와 마주한다.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여러 개의 창이 탄생하게 됨으로써 조선시대처럼 신문고를 울리러 관아를 찾지 않아도 된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 공간이 발달하였어도 필자가 현장에서 적게나마 경험해본바 현대판 신문고는 집회라고 생각된다. 집회를 통해 각자의 의견을 생생하게 표출할 수 있고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제도의 부당함을 알려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판 신문고를 올바르게 울리기 위해 경찰과 집회참가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먼저 준법집회시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시민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현재 집회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보이는데 ‘집회 때문에 너무 불편하다’와 ‘그들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시민간의 시각차를 극복한 객관적 지표가 있는지 살펴보자. 최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14년 상반기 대비하여 올해 상반기는 집회시위 횟수(15.7%↑)와 참가인원(21.3%↑)은 증가하였으나 오히려 불법폭력시위(25%↓), 집회소음(평균 1.4dB↓)이 감소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이것은 우리나라에 점차 준법집회시위문화가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지표라고 볼 수 있으며 경찰과 집회참가자 모두 칭찬받을 훌륭한 결과물이다. 다른 측면에서 눈여겨볼 것은 집회시위로 입은 피해경험 설문조사 결과 우리 시민들은 교통체증(89.1%), 확성기 소음(50.8%) 등을 개선 요구 사항으로 꼽았다는 것이다. 덧붙여 확성기 사용 규제 의견이 84.9%에 달하고 있다는 것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끝으로 준법집회시위문화가 깊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시민의식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현대판 신문고가 널리 울려 퍼지도록 집회를 관리하는 경찰은 헌법상 보장되는 참가자들의 권리 보호에 힘쓰며 일반 시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의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고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백성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라고 만들었던 조선시대의 신문고는 함부로 북을 치면 엄벌에 처해지고 일부 백성들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제한적이었던 제도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신문고로 볼 수 있는 집회는 모든 시민이 언제나 두드릴 수 있다. 누구나 집회를 알리는 북을 칠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북을 치면 그 피해가 모두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앞으로는 성숙한 집회시위문화가 사회 곳곳에 자리 잡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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