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토착상권 `붕괴'
청주 토착상권 `붕괴'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5.09.29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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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끌이 블랙홀 현상 심화

폐점 도미노 공포 현실화

apM·흥업百 … 다음 타자는?

지난 2012년 8월과 11월 청주시내 핵심상권 외곽에 현대백화점 충청점과 롯데아울렛이 3개월 차이를 두고 잇따라 개점했다. 이들의 청주상륙 이후 흥업백화점 등 종전 핵심상권의 대형쇼핑몰 폐점 도미노 공포가 현실화되는 데는 3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 향토백화점자리 모두 폐점

청주 성안길에는 현재 apM, 흥업백화점 등 대형 쇼핑시설이 문을 닫은 채 방치돼 있다.

청주우체국 옆에 위치한 apM은 지난 2000년 6월 총 250개 점포를 갖춘 종합복합쇼핑몰로 개점했으나 2008년 이웃한 롯데백화점 청주영플라점 등과의 경쟁에서 힘을 잃고 문을 닫았다. 공교롭게 이 자리는 옛 청주백화점이 있던 자리여서 향토백화점의 몰락을 상징하는 건물이 되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전 직원을 내보내 놓고도 매각에 실패해 성안길 침체의 장본인이 된 LS네트웍스의 흥업백화점도 현대백화점 충청점의 진출 이후 매출이 급락, 지난해에는 40억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안길 입구에 있는 롯데시네마 건물도 처음부터 분양에 실패, 지금도 건물의 상당 부분이 비어 있는 상태다.

이제 성안길에 남아있는 대형 쇼핑시설은 롯데백화점 청주영플라점 한 곳이다. 이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성안길이 영패션 위주로 바뀌었고 현대백화점 입점 이후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면서 “매출이 정체 중이지만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 흥업백화점 폐점 … 경제통계에도 악영향

흥업백화점의 폐점은 충북지역 산업활동 관련 통계작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충청지방통계청은 매월 ‘충청지역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산업활동동향은 각 시·도별 광공업 생산·출하·재고동향과 대형소매점 판매동향 등 2가지로 나뉜다.

그런데 충청지방통계청은 지난달 발표한 ‘7월중 산업활동동향’ 때부터 충북지역 대형소매점 판매동향 중 백화점 통계를 공표하지 않고 있다.

흥업백화점 폐점으로 7월부터 통계 데이터 제출대상 백화점이 현대백화점 충청점과 롯데백화점 청주영플라점 단 2곳뿐인데, 판매액지수를 발표할 경우 상대방의 경영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충북지역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기존 ‘백화점+대형마트’ 지수에서 ‘대형마트’ 단독지수로만 취합하게 됐다.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지난 2010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백화점 지수를 빼게 되면 충북지역 소비동향 파악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지역 경제동향을 파악하는데 있어 다소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백화점+대형마트 매출 1조원 시대

지역 유통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현대백화점과 롯데의 양강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충청점이 지역 유통가의 ‘블랙홀’이 되고 있으며 롯데는 롯데아울렛, 영플라자, 하이마트, 롯데마트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핵심 지역상권도 이미 성안길에서 대농지구와 청주 외곽지대로 이동했으며 성안길은 명품전통시장 육성사업에 포함될 정도로 생존전략이 바뀌었다. 여기에 대형마트들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등 기존 상권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이런 대기업의 충북시장 공략은 매출액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충청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대비 올해 충북지역 대형소매점(백화점+대형마트)의 판매액 증가율은 25.8%로 전국 9개 도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다. 매출액도 현대백화점과 롯데아울렛 입점 전인 지난 2011년 9201억원이었지만 2012년 1조404억원, 2013년 1조1867억원, 2014년 1조1456억원으로 ‘1조원’을 훌쩍 넘겼다.

“우리는 충북도를 비롯한 시·군에 롯데그룹 대형쇼핑몰 개장과 대기업 진출 등에 따른 철저한 영향분석과 대책을 수립해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지난 2012년 11월 7일 청주경실련이 롯데아울렛 개장에 앞서 발표한 성명서 내용의 일부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요구에 대한 응답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4% 충북경제’라는 요란한 구호 속에서 토착 소규모 자영업자와 전통시장 상인들은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안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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